한 회원제 SNS에 B가상자산 거래소 입금용이라며 회원 계정이 올린 돈다발 사진.
최근 한 제보자가 수상한 A가상자산거래소에 돈을 넣었다가 낭패를 봤다고 기자에게 하소연했다. 취재해 보니 A거래소는 국내 영업이 신고되지 않은 미신고 VASP(가상자산사업자)였다. 국내 VASP가 취급할 수 없는 선물(futures) 관련 메뉴를 한국어 홈페이지에 띄운 것을 보면 실체가 의심스러웠다. A거래소는 설립된지 10여년 된 거래소라며 무사고 운영을 강조하는 홍보를 온라인상에서 하고 있다. 그런데 제보자에겐 보안 사고가 발생해 수익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무사고란 선전은 어불성설이다.
본지 취재 이후 B거래소 측은 경찰청과 금융위원회 직인을 가짜로 만들어 출금을 중단한다는 공지문까지 만들었다. 종적을 감출 준비를 하면서 마지막까지 피해자의 돈을 뜯으려 했던 정황도 포착됐다. 투자금 인출을 하려면 '신원 증빙금'이 필요하다며 추가적인 입금을 요구했다.한 회원제 SNS(소셜미디어)에서 B거래소에 납부할 '증빙금 인증'이라며 관련 사진이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은 범죄 수익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보호하는 계좌동결은 아쉽게도 코인 관련 사기에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계좌동결을 위해선 경찰의 조사·공문 발송 등 사전절차를 하나하나 밟아야 하고 이 과정에 적잖은 시일이 소요된다. 그 사이 가짜 거래소에서는 피해자가 더 양산되고, 범죄수익 회수는 더 어려워진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차단망의 강화가 시급하다. 정치권과 당국, 금융권의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