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른쪽 두 번째 손가락이 문틈에 끼어 잘린 50대 남성(광주광역시 광산구)은 광주 시내 응급실 4곳에서 모두 거절당했다가 전북 전주시 병원에서 접합수술을 받았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런 '응급실 뺑뺑이'(응급실 재이송)는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지난 2월 이후 8월까지 324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나 늘었다. 심지어 응급실을 3곳 넘게 돌아다닌 경우는 83%나 증가했다. 환자를 진료할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퇴짜맞은 사례(1299건)는 지난해(858건)보다 51%나 늘었다.
하지만 문제 해결 과정에서 의정 간 이견은 무려 7개월째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의대생을 늘려 전체 의사 수가 늘면 필수의료에 지원하려는 의사도 덩달아 늘 것이라고 본다. 반면 의사집단은 수가를 개선하는 등 의료 환경을 바꾸지 않은 채 의대정원부터 늘리면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지금보다 더 심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중재에 나서며 '여·야·의·정 협의체'까지 제안했지만 정작 정부의 의사집단은 '2025학년도 의대정원 규모'를 놓고 맞서고 있다.
지난 2월20일 전공의들이 대거 병원을 떠난 지 꼬박 7개월이 됐다. 이미 응급실과 배후진료과에서 밤샘 당직을 번갈아 맡으며 다음 날 진료까지 봐야 하는 응급의학과와 배후진료과의 상당수 전문의는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사직할 것"이라며 마음을 굳혔다고 기자에게 호소했다. 게다가 전공의 91%의 공백으로 매년 3000명 가까이 배출된 신규 전문의도 내년엔 거의 없다. 빼 온 공중보건의, 빼 온 군의관의 자리는 과연 누가 채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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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뺑뺑이가 두려워 아기를 못 갖겠다'는 하소연도 심심찮게 들린다. 실제로 산부인과계에선 분만 진료가 붕괴를 넘어 멸종 위기까지 도달했다고 거론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공의 공백 기간과 겹치는 지난 1~7월 전국 산부인과의원 중 분만 수가를 청구하지 않은 곳은 전체의 88.4%로, 2018년보다 6.2%p 늘었다. 분만 수가를 청구하지 않았다는 건 분만 행위가 없었다는 의미다.
'아프지도, 다치지도 말자'는 말이 어쩌다 추석 밥상의 덕담이 되고 말았다. 국민 누구도 건강과 생명권을 뺑뺑이 당할 권리는 없다. 낭떠러지에 다다른 지금, 의·정이 밟을 건 '가속 페달'이 아닌 '브레이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