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1위 TSMC, 소부장 1위 일본에 또 투자…불안한 삼성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4.09.1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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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임종철 디자인기자/그래픽 = 임종철 디자인기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1위 TSMC와 일본 반도체업계의 협력관계가 강화되면서 '추격자' 삼성전자의 고심이 깊어진다. TSMC의 강력한 선단(첨단) 경쟁력과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역량이 결합되면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일본 오사카·교토 등 지역에 제3공장 건설을 집중 논의 중이다. 예상 시점은 구마모토 2공장의 가동 목표시기인 2027년 이후지만, TSMC가 주문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어 앞당겨질 가능성도 높다. 3공장은 3나노 이하 첨단 공정을 생산할 예정으로, 12~28나노 레거시(구형)공정에 집중돼 있던 1공장과 비교하면 투자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우려는 격전지인 첨단 공정에서 TSMC의 기술과 일본 소부장 경쟁력의 합작이다. 교세라와 무라타제작소, 도쿄일렉트론 등 일본을 대표하는 소부장업체들이 TSMC 3공장에 협력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삼성전자의 일본 협력사를 대표하는 모임 'LJF'의 회원이다. TSMC는 "고객 요구와 정부 지원, 협력사를 기반으로 필요한 곳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TSMC의 일본 3공장 가동 시점과 맞물려 삼성과의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가 더 확대된다는 예측이 나온다. TSMC가 3공장을 통해 AI(인공지능)나 자동차 전장(전자장치), HPC(고성능컴퓨팅) 등 첨단 반도체 제작에 사용되는 선단 공정의 생산능력을 대폭 키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TSMC의 2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62.3%로, 2위 삼성전자(11.5%)와의 격차는 50.8%포인트다.



소니나 도요타·닛산 등 대형 고객사와 TSMC의 거리가 가까워진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소니·도요타는 이미 합작법인 JASM을 통해 TSMC 구마모토 공장에 투자했으며, 닛산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을 위해 TSMC와의 논의를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TSMC 내부 상황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월 10만장 이상을 생산하겠다는 TSMC의 목표는 현지 고객사와의 사전 협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TSMC의 견고한 시장 입지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3나노 이하 수율을 끌어올려 빅테크를 확보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나노 기반 공정 수율은 20~30% 수준으로, TSMC(50~60%)의 절반 정도다.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을 활용해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생산을 검토중인 퀄컴이 삼성전자의 낮은 수율을 우려한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미국과 협력해 컨소시엄(연합체)을 구성하는 등 반도체 소부장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며 "TSMC가 도쿄일렉트론과 캐논, 니콘 등 글로벌 소부장 공급망을 틀어쥐고 있는 일본의 노하우를 활용하면 수율·성능 개선은 물론 가격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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