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뜨자" 주식 팔아치운 외국인…그와중에 주워 담은 종목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4.09.13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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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순매도 상위 종목.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9월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순매도 상위 종목.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이달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외인은 열흘간 4조원이 넘는 순매도 규모를 보이며 반도체주와 자동차주를 던졌다. 외인이 판 종목은 약세를 면치 못했지만 반대로 외인 장바구니에 담긴 종목은 하락장에서도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이달 1일~11일 외인 투자자는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4조4043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줄곧 순매수세를 이어왔으나 지난달부터는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달은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7거래일째 순매도세를 보인다.



이달 외인 투자자가 시장에 가장 많이 내놓은 종목은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 (64,400원 ▼1,900 -2.87%)SK하이닉스 (162,800원 ▼6,000 -3.55%)였다. 순매도 규모는 각각 1069억원, 600억원어치다. 밸류업 수혜주이자 대표 자동차주인 기아 (100,500원 ▲1,400 +1.41%)현대차 (237,000원 ▲5,000 +2.16%)도 각각 593억원, 576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에서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지고 엔비디아를 비롯한 AI(인공지능) 반도체 기업의 고점 논란이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외인의 순매도 종목은 이달 들어 10%대 하락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2%대), 기아(-6%대), 현대차(-9%대), 삼성전자우 (52,500원 ▼900 -1.69%)(-11%대) 모두 하락했다.



외인 투자자가 순매도 와중에 담은 종목도 있었다. 같은 기간 외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SDI (365,000원 ▲1,000 +0.27%)로, 132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삼성SDI와 마찬가지로 코스피의 대표 2차전지주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 (399,500원 ▼14,500 -3.50%)도 1064억원어치 담으면서 순매수 2위를 기록했다.

외인의 순매수 종목은 코스피가 3%대 하락하는 와중에도 선방했다. 삼성SDI가 이달 들어 2%대 상승한 것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6%대), 아모레퍼시픽 (140,600원 ▼9,300 -6.20%)(20%대), LG전자 (104,400원 ▲2,000 +1.95%)(3%대) 모두 강세였다. 다만 HD현대일렉트릭 (283,500원 ▼6,500 -2.24%)은 3분기 실적 부진 전망 등으로 5%대 하락했다.

특히 외인이 많이 매수한 2차전지주는 '해리스 트레이드'가 부각되며 몸값을 높였다. 한국시간으로 전날 오전 10시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벌인 일대일 대선 토론 때문이다. 이 토론에서 해리스 후보가 우세했다는 평이 나오면서 2차전지주가 급등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국내 증시가 외국인 수급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지난달 23일 이후 9월2일을 제외하고 연속 순매도를 지속했다"라며 "외국인 누적 순매도가 5조8000억원으로 지수에 하방 압력을 부여했고, 반도체와 자동차 등 대형주 순매도에 지수 상방이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외인의 순매도가 지속되지만 지금이 저가 매수의 기회라는 의견도 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과매도권이 지속되면서 반등 시점이 계속 이연되는 가운데 추석 연휴 전까지 계속 (증시가) 쉬게 될 가능성도 있다"라며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이 불확실하긴 하지만 가격 메리트는 확실히 존재한다. 싸게 팔 때 좋아 보이는 업종/테마/종목 중심으로 담아 놓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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