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기차 '캐즘과 포비아'...배터리 모니터링으로 극복해야

머니투데이 김현철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원장 2024.09.13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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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즘(Chasm)' 이라는 말이 요즘 전기차에 수식어처럼 따라붙는다. '깊은 틈'을 의미하는 단어지만 경제적으로는 혁신적 제품이 초기 시장에서 주류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수요 정체 현상을 뜻한다. 미국의 전기차 제조사 창업주가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고, 국내에서도 '다음 차는 전기차'라는 사람들이 적잖았지만 판매량이나 관심은 확 줄어든 듯하다. 이른바 전기차 캐즘이 도래한 것이다.

이에 더해 요즘에는 공포를 뜻하는 '포비아(Phobia)'라는 말도 전기차에 붙어 다닌다. 인천 아파트 주차장 화재 등 전기차 화재 이슈가 잇따르면서 전기차 지하 주차장 이용이 괜찮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전기차는 시기상조라는 사람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전기차는 분석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애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이 내연기관보다 확실히 적다. 내연기관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얘기다. 한전경영연구원이 5개국에서 2023년 생산한 자동차의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 결과를 보면 국가별 편차가 있지만 내연기관차보다 27%(중국)에서 최고 71%(영국)까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속성, 정숙성, 간편한 유지보수 등 장점이 무척 많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제조사들이 세계적 업체들과 견줘도 기술력이 뒤처지지 않는다. 세계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분야이다.



따라서 우리는 하루빨리 전기차 캐즘과 포비아를 극복해야 한다. 전기차 시장의 대중화를 위해, 세계시장 확대와 관련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한발 앞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뢰성과 안전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에서도 전기차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줄이고 전기차 안전 기술 주도를 위해 지난 6일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배터리 인증제 도입, 사용 중 배터리를 실시간 모니터링 하는 배터리 관리시스템(BMS) 내실화, 화재 가능성 진단이 가능한 스마트 충전기 보급 등이 핵심 내용이다.

KTR(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은 이 같은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인증, 스마트 충전기 신뢰성 확보 등은 물론이고, BMS(Battery Monitoring System)의 배터리 데이터 상시 수집관리 인프라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KTR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의 '배터리 활용성 증대를 위한 BaaS(Battery as a Service) 실증 기반 구축 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배터리 제조에서 재사용 단계까지 전주기 이력 관리가 가능한 종합 시험인증센터를 경북 구미에 구축하고 있다.

KTR은 특히 전국의 모든 전기차 배터리에 설치된 센서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온도, 전압, 충전상태, 충방전사이클, 과열징후, 이상징후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클라우드 서버와 AI를 활용한 배터리 분석 및 경고, 인근 소방서 통지 등이 가능한 배터리 데이터 상시 수집관리 인프라 구축을 위해 앞장서 준비하고 있다.



이같은 기반 구축 사업을 통해 배터리 전주기 데이터 분석 인프라를 갖추게 되면 배터리의 잠재 위험 요소 조기 파악은 물론 예방적 정비가 가능하다. 이는 최근 전기차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인 배터리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다.

배터리의 체계적 진단과 관리만 가능하다면 전기차 캐즘과 포비아는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신뢰도 회복을 위한 제조사의 노력, 정부의 정책지원이 있다면 전기차는 다시 폭발적 성장을 모색할 수 있다. 하루빨리 전기차가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이며 편리한 교통수단으로 위상을 되찾고 우리 전기차 산업이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김현철 KTR(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원장김현철 KTR(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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