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장애, 우리탓 아니지만"…보상으로 고객 달래는 통신사

머니투데이 배한님 기자, 성시호 기자 2024.09.0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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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 방화벽 업데이트 중 일부 공유기에서 장애 발생
통신사 문제 아니지만…고객 피해에 SKB·KT 선 보상 전망

사진은 6일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 대리점의 모습. /사진=뉴스1사진은 6일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 대리점의 모습. /사진=뉴스1


통신사들이 지난 5일 전국적으로 발생한 인터넷 접속 장애에 대한 보상안을 마련한다. 통신망에서 발생한 문제는 아니지만, 우선 자사 고객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대규모 장애는 아니어서 보상 규모가 크지 않겠지만, 향후 구상권을 둘러싼 기업 간 분쟁이 이어질 수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4시57분부터 9시58분까지 약 5시간 인터넷 접속 장애로 피해를 입은 고객에게 요금 감면 등 보상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통신사 약관에 따르면 이용자의 귀책이 없는 장애의 경우 요금감면을 받을 수 있다.



보상책을 마련 중인 통신사업자는 KT (42,050원 ▲600 +1.45%)와 SK브로드밴드다. 장애로 인한 영업 피해 등 추가 보상안은 정확한 사고 원인 및 피해 규모 조사 후 검토될 예정이다. 통신사 약관에 따르면 사업자 고의나 중과실로 2시간 이상 연속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 사용하지 못한 시간만큼의 요금을 최대 10배까지 배상해야 한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번 장애는 보안SW(소프트웨어) 업체인 안랩 (53,100원 ▲600 +1.14%)이 특정 데이터센터의 방화벽 업데이트를 하던 과정에서 발생했다. 작업 중 인터넷 트래픽이 과다 발생했고, IPTIME과 머큐리 (3,355원 ▼20 -0.59%)에서 만든 일부 공유기에서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장애는 SW업체에서 롤백(rollback,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하니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안랩은 "안랩의 문제라면 전체 장애로 이어졌을 것인데, 그렇지 않은 것은 특정 공유기에서 처리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며 "미디어텍의 칩셋을 사용한 일부 공유기에서만 발생한 이슈로 인지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이번 접속 장애가 통신사 문제는 아니지만, KT와 SK브로드밴드 고객은 요금 감면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당장 고객 달래기가 필요한데다, 일부 고객의 공유기는 통신사들이 직접 공급했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고객께서 불편을 겪었기에 우선 보상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보상 규모 등은 약관에 기반해 과기정통부와 상의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LG유플러스 (10,000원 ▲120 +1.21%)는 요금 감면이나 보상을 진행하지 않는다. 접속 장애를 겪은 공유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아서다.

과기정통부와 통신3사는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숫자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부와 업계 모두 피해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이에 요금 감면분이나 보상안 모두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통신사와 장애를 발생시킨 안랩, 공유기를 만든 IPTIME이나 머큐리, 장애가 발생한 칩셋을 만든 대만의 미디어텍 간에 장기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KT와 SK브로드밴드가 고객 보상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어서다.

IT업계 관계자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잘못이 아닌 문제를 그대로 넘어가 준다는 선례를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어서 안랩이든 미디어텍이든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장기간 책임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대규모 장애 관련 카카오와 SK C&C의 구상권 협상도 2년 가까이 답보상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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