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게 '시체 관극'입니다. 뮤지컬이나 연극을 볼 때 다른 관객이 내는 숨소리, 조그마한 움직임이나 귓속말에도 병적으로 반응하는 극성팬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다른 관객들에게 바라는 자세는 '시체처럼 숨도 쉬지 않는 부동자세'라는 비아냥이 나오면서, 이를 '시체 관극'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연극을 보다 내용이 어려워 옆자리 친구에게 귓속말로 잠깐 말을 걸었다. 앞에 앉아있던 관객이 부릅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에 사과했는데, 연극이 끝날 때까지 그 관객은 무대는 보지 않고 나만 노려보며 다시 소음을 내는 걸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런 사람들이 연극 관객의 주류라면, 다시는 연극을 보러 가지 못할 것 같다."
다수가 공연을 감상할 때 타인에게 방해가 되지 않고 관람하는 자세는 기본입니다. 하지만 일부 관크 때문에 대부분의 일반 관객들이 낼 수 있는 사소한 소음까지 트집 잡고, 심지어 이를 몰래 녹화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뒤 조리돌림하는 사례까지 발견됩니다.
이 같은 시체관극 문화가 일부 마니아층이 아닌, '업자'들에 의해 시작됐다는 설도 있습니다. 연극이나 뮤지컬을 몰래 녹화해 불법 유통하는 업자들이 만든 파일을 '밀녹(비밀녹화)' 또는 '밀캠(비밀캠코더)'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밀녹 밀캠에 어떠한 사소한 잡음도 섞이길 원치 않기 때문에 다른 관객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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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업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일부 마니아층 사이에서도 '소장용' 등의 명분으로 밀녹과 밀캠을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들은 텔레그램 등을 통해 서로가 가진 밀녹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연극과 뮤지컬 업계를 떠받치는 것으로 알려졌던 마니아들이, 실제로는 안일한 저작권 인식과 불법적인 콘텐츠 유출로 정작 창작자들을 고통 받게 하는 건 아닌지 돌아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