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 아너’ 김도훈, 청순가련함과 퇴폐미의 이중주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4.09.0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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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어 아너' 김도훈 / 사진=지니TV'유어 아너' 김도훈 / 사진=지니TV


“너 하나만 무사하다면 이 세상이 다 무너져도 상관없어.”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유어 아너'(극본 김재환, 연출 유종선)의 주인공 송판호(손현주)만의 심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송호영(김도훈)의 처연한 눈빛을 본 이라면 판호와 같은 마음일 수밖에 없다. 여리고 유약한 내면을 가진 ‘유어 아너’의 송호영은 안아주고 싶어질 만큼 처량하기 그지없다. 그러다 언뜻언뜻 낯선 표정이 그의 얼굴에 비집고 들어온다. 타입으로 치면 청순가련형이 분명한데, 순간적으로 내비치는 낯선 표정들에 의해 퇴폐미도 함께 품는다.

호영은 모범생이었다. 공부도 잘했고 부모님 말씀도 잘 따랐다. 부모와 호영은 서로를 지극히 사랑했다. 그랬던 호영의 세상이 무너졌다. 어머니가 자살하면서부터다. 호영은 조폭이나 다름없는 우원그룹 회장 김강헌(김명민)의 첫째 아들 김상혁(허남준)에 의해 어머니를 잃었고 복수를 꿈꿨다.



계획은 치밀했고 잔혹했다. 호영이 죽인 건 상혁이 아닌 집안에서 가장 사랑받던 그의 남동생이었고 이로 인해 상혁의 가족 모두가 비탄에 빠졌다. 아버지, 새어머니, 그리고 여동생까지 모두 애통해했다. 동생의 죽음이 자신 때문에 일어난 것을 알게 되면 상혁 역시 죄책감을 짊어지게 될 터다.

'유어 아너' 김도훈 / 사진=지니TV'유어 아너' 김도훈 / 사진=지니TV


교묘하고 악랄한, 단순하지 않은 복수다. 상혁과 그의 가족이 죄의식의 꼬리를 물고 살아갈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상혁의 여동생 김은(박세현)에게도 의도적으로 접근해 마음을 쥐고 흔들었다. “나 너무 미워하지 마요”라며 호영에게 애처롭게 매달리던 은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호영은 정말 나빠 보인다.

하지만 가여운 남자다. 유약한 본성을 가지고 악한 행동을 하게 됐으니 얼굴이 늘 잿빛이다. 상혁의 동생을 죽이던 날, 벌벌 떨며 동요하던 호영의 모습은 거짓이 아니다. 그래서 “나를 볼 땐 항상 웃지만 다른 데를 볼 땐 맨날 슬프잖아요”라던 은이의 말처럼, 호영은 눈이 항상 슬프다. 그 슬픔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아버지 판호가 “내가 널 죽도록 놔뒀으면 좋겠니”라고 묻자 호영은 “네”라고 답한다. 호영의 얼굴에도, 그의 말에도 핏기가 없다. 정말 죽어도 상관없다는 지독한 절망을 끌어안은 이 남자를 바라보고 있자면 가슴이 먹먹하다가도 애가 탄다.

김도훈은 그런 호영을 격렬하게 끌어안았다. 캐릭터를 숨 쉬게 하고 어여쁘게 만들었다. 대선배 손현주, 김명민과 교류하는 치밀한 감정선은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깊고 그늘진 눈은 조금만 안색을 달리해도 복합적인 느낌을 준다. 이러한 특유의 아우라가 그를 빠르게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연기를 시작한 건 2018년, 얼굴을 알린 건 2022년 디즈니+ ‘무빙’의 강훈을 만났을 때다. 김도훈은 깍쟁이 같은 안경을 쓰고 등장해 힘은 세지만 처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처지가 애달플수록 매력을 갖는 그는, 지금 ‘유어 아너’에서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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