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비주력 사업 매각 속도…베트남 '마산' 처분하면 '1조' 확보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4.09.0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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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마산그룹 관련 투자 현황/그래픽=이지혜SK그룹의 마산그룹 관련 투자 현황/그래픽=이지혜


SK그룹이 비주력 자산 처분을 통한 '실탄'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베트남 식음료·유통기업 마산그룹 산하 유통 전문 자회사 윈커머스의 지분 약 2700억원 어치를 파는 데 성공했다. 재계는 SK그룹이 마산그룹 관련 지분 매각을 통해서만 1조원대의 현금을 쥐는 게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마산그룹은 4일 SK그룹으로부터 윈커머스 지분 7.1%를 2억 달러(약 2700억원)에 매입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SK그룹은 지난 2021년 마산그룹으로부터 윈커머스 지분 16.3%를 매입했었다. SK그룹의 잔여 지분은 9% 내외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 역시 마산그룹이 원가에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기로 했다. 마산그룹은 "윈커머스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핵심 사업에서 장기적 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지분 인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SK그룹은 마산그룹 보유 지분(9.5%)에 대한 풋옵션(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 행사 기한을 최대 5년 연장키로 했다. 마산그룹 풋옵션 행사를 미루면서 윈커머스 지분을 우선 처분한 모양새다. 일단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마산그룹에 대한 장기 투자를 유지하면서, 현금 확보 목표까지 달성하는 방식을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SK그룹 관계자는 "마산그룹의 장기 성장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재계는 SK그룹의 실제 마산그룹 풋옵션 행사가 '5년 뒤'에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 풋옵션 행사 기한을 '최대 5년'으로 한 것은 미상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장치일 수 있다는 것이다. AI(인공지능), 배터리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 재원이 필요한 SK그룹 입장에서 보다 조기에 지분 매각을 결정할 수 있다는 시선이 강하다.
SK 서린사옥SK 서린사옥
마산그룹 관련 투자 철회가 원만하게 이뤄진다면 SK그룹 입장에서 약 1조원 수준의 실탄을 쥘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 마산그룹 지분 9.5%를 취득할 때 SK그룹의 출자 규모는 약 2700억원(국민연금 1600억원, IMM인베스트먼트 1000억원)이었다. 윈커머스 지분 7.1% 매각가가 2700억원임을 고려할 때 잔여 지분 가치는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SK그룹은 마산그룹의 통합 소비자 플랫폼 크라운엑스의 지분 4.9%도 보유하고 있다. 2021년 당시 투자금액은 약 4000억원이었다.



SK그룹의 현금 확보 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SK㈜의 자회사 SK스페셜티가 이미 매물로 나온 상황이다. 반도체 특수가스 분야 세계 1위에 오른 알짜 자회사여서 자본시장의 관심이 크다. 이르면 다음주 예비입찰이 진행될 게 유력하다. SK스페셜티의 몸값으로는 4조원대가 거론되고 있다. 이차전지 분리막을 만드는 SKIET의 경우 지분 일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빈그룹 지분 6.1%, SKC의 반도체 소재 자회사 SK엔펄스 역시 정리 대상이다.

이는 연초부터 진행해온 고강도 사업재편 과정의 일환이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의 합병, SK에코플랜트에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에센코어 자회사 편입 등의 리밸런싱 조치를 취해왔다. 여기에 비주력 사업을 관리 가능한 수준까지 정리하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복안이다. 재계 관계자는 "윈커머스 지분 매각 등은 SK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매각 대상들이 얼마나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을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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