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공시 부족한 채 출발하는 밸류업 지수…흥행 전략은

머니투데이 홍재영 기자, 방윤영 기자 2024.09.0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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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에 따른 밸류업 지수가 이달 중 공개된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각종 지표와 가중치 등을 놓고 기준 설정을 고민하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가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히는데, 정책 흥행을 위해서는 자사주 소각 여부 등도 기업가치 제고 노력에 적극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밸류업 핵심 '공시' 여전히 부족…지수 적합성 논란 우려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요/그래픽=윤선정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요/그래픽=윤선정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달 중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한다. 지수 편입 종목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앞서 수익성, 자본효율성, 주주환원 성과 등이 지수 구성 기준으로 제시된 바 있다. 기업 밸류업 자문단은 지난 2일 회의에서 업종별 균형, 기존 대표지수와의 차별화 등을 강조했다.



지수를 만들고 있는 거래소는 기준별 가중치나 이에 따른 반영 종목 수 등을 두고 여러 갈래로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준 지표가 여러가지인 만큼 경우의 수가 다양한데 이를 두고 금융당국과도 여러 검토를 거치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시장에서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참여 기업들이 밸류업 지수 편입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밸류업 지수 구성 시에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평가하는데, 대표적 기준들이 공시에 담기기 때문이다. 특히 정책 흥행 분위기를 위해 그간 금융당국에서는 공시 참여를 적극 독려해 왔다.



그러나 이달 중 발표되는 밸류업 지수는 일단 밸류업 공시 기업들이 부족한 상태로 출발할 전망이다. 아직 상장사 대부분은 공시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나마 참여한 기업들 중에서도 밸류업 본 공시가 나온 기업은 9개(4일 오전 기준)뿐이고 대부분은 예고 공시만 낸 상황이다. 최근 현대차 (237,000원 ▲5,000 +2.16%)가 코스피 시가총액 10위 내 기업 중 첫 번째로 본 공시를 내 유의미한 평가를 받았지만 아직 공시 기업의 대부분은 밸류업 수혜주인 금융업이다.

시장에서는 공시가 활성화 되지 않은 만큼 밸류업 지수 발표 초기에는 편입 종목들의 적합성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업들도 투자금 유입을 위해 밸류업 지수 편입에는 관심도가 높은 상황에서 선정 기준에 논란이 생기면 정책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따라붙는다. 전문가들은 정책 안착을 위해 향후 기업가치 제고 유망 기업도 지수에 적극 편입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사주 소각여부 중요…ETF 편입 주기 단축도 고려해야
/사진=금융위원회/사진=금융위원회
공시가 부족한 상황 속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평가할 중요한 요소로는 자사주 소각 여부가 언급된다. 올해 밸류업 흐름을 타고 자사주 소각이 많이 늘었는데 이를 밸류업 의지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래소는 밸류업 지수 기준인 주주환원 성과 평가 항목 중 하나로 자사주 소각을 예시로 든 바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사주 소각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약 191% 늘었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금 자사주 소각을 발표하고 있는 기업들은 사실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밸류업 지수에 편입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또 공시도 연말로 가며 늘어날 가능성이 커 향후 이를 4분기 출시 예정인 밸류업 지수 기반 ETF(상장지수펀드)에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예고 공시를 낸 기업들이 대부분 4분기 본 공시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올해 실적, 내년 예산 등이 구체화 돼야 목표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올해 공시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수가 구성된다면 ETF 편입 주기를 분기에 한번 또는 반기에 한번 정도로 단축하는 게 어떨까 싶다"며 "자산운용사 측에서는 쉽지 않겠지만 초기인 만큼 편입 주기를 단축해서 밸류업 기업이 포함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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