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해리스가 각자 그리는 미국…한국엔 어떤 영향 미칠까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4.09.0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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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이제 2개월, 미리보는 미국대선 ③

편집자주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의 경제, 정치 등 여러 방면에 영향을 미칠 미국 대통령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다소 복잡해 이해하기 어려운 미국 대선 방식을 들여다보고, 선거 결과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짚어본다.

트럼프·해리스가 각자 그리는 미국…한국엔 어떤 영향 미칠까


미국 정부의 정책은 한국 정부·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쳐 주목받지만 현재 민주·공화 양당 대선 후보는 11월 투표를 두 달 앞두고도 공약을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중도하차로 급작스럽게 바통을 넘겨받은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 정부 비판에만 집중한 탓이다. 두 후보의 정책 청사진을 그리려면 그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공개한 정책 비전과 양당이 전당대회에서 채택한 정강을 토대로 삼아야 한다. 초접전 중인 만큼 표심에 맞춰 기존 입장을 번복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공약을 내걸 가능성도 상당하다. 당장 해리스는 5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던 자본이득세율 최고 44.6%로 인상 정책을 최고 33%으로 완화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분야에서 해리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과학법(CHIPS)을 그대로 밀고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은 미국 반도체 제조업 부흥을 위해 자국 기업을 지원하고 해외 기업을 유치하는 게 목표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법안에 서명하면서 2800억 달러 예산 지원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2030년까지 텍사스 주에 450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64억 달러 보조금을 약속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좀 더 공격적으로 자국우선주의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공개된 블룸버그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산업을 100% 가져갔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협력, 투자 유치 대상으로 삼은 TSMC를 향해 정면으로 반감을 드러낸 것. 다만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로이터에 "부담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해당 발언은 대만에 방위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지원책을 반대하는 건 아니라는 뜻으로 읽힌다.

국내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전기차 산업 정책은 두 후보 간 차이가 명확하다. 해리스 부통령은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던 2019년, 가솔린 차량 판매를 2040년 이전 금지하자는 법안을 공동 발의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재생에너지,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통과에 일조했다. 오하이오 주에서 스텔란티스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현대모비스가 이 정책에 따라 32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 정책을 '전기차 의무화'로 규정하고 "취임 첫날 정책을 끝장내겠다"고 했다. IRA 보조금 삭제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자신을 후원하면서 "전기차에 반대하는 건 아니"라는 애매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미 에너지부 출신 작가 레비 틸레만은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화를 통해 탄소 배출량을 저감하려는 모든 노력에 반대했다"면서 최근 전기차를 추켜세운 발언이 정책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법인세에 대한 입장도 양측이 정반대다. 지난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 인하로 현재 세율은 21%다. 해리스 부통령은 부의 재분배를 강조하면서 세율을 28%로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율을 더 깎아 15%까지 낮추겠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법인세를 변경하려면 집권당이 의회까지 장악해야 하기 때문에 누가 승리하든 당장 공약을 실행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관세에 대해 두 후보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세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공유한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은 철강, 알루미늄, 전기차 등 중국이 물량을 쏟아내는 품목에 한해 세율을 올리겠다는 입장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20% 보편관세를 붙이고 중국 수입품에 대해선 60%까지 올리겠다고 했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 국제연합(UN)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총수입액은 3조8269억 달러 중 중국에서 수입한 액수는 4480억 달러였다. 바이든 정부는 일부 중국산에 대한 관세는 180억달러 규모 수입품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북한 문제는 불안정하게 흐를 수 있다. 외교지 더디플로맷은 해리스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북한 핵 문제는 가자 지구,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문제에 우선순위를 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민주당 정강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구가 빠졌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정강 작성에 참여한 콜린 칼 전 국방부 정책담당차관은 이와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는 바이든 정부의 목표였고 해리스 정부에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명목상으로 한반도 비핵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북한 핵 위협에 대해 억지력을 행사하는 실용적 전략을 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더디플로맷은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한다면 중국, 러시아 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을 확실히 압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똑똑하고 강한 리더"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수시로 추켜세운다. 자신이 김 위원장을 상대할 적임자라는 취지다.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들어선다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존 볼튼 등 트럼프 행정부 참모 출신 인사와 전문가들은 대화가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 핵 용인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편 미국 내 큰 이슈인 이민 문제에 관해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9일 CNN 인터뷰에서 "국경을 불법으로 넘나드는 이들을 처리할 법률에 따라 결과가 있어야 한다"면서 엄중 대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만큼 강경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미시간 주 유세연설 도중 불법 이민자들을 향해 "짐승"이라며 "교도소, 정신병원에서 불법 탈출한 이민자들이 미국 범죄율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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