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홍삼은 다르네" 중국인도 반했다…3배 비싸도 대박 난 비결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유예림 기자 2024.09.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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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K푸드 시즌2, K건기식(上)

편집자주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유행처럼 번졌던 건강기능식품 매출이 역성장 중이다. 너도나도 건기식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소비자의 피로감까지 겹치면서다. 하지만 해외만큼은 분위기가 다르다.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K푸드의 질주본능을 추종하는 모양새다. 해외에서 승부수를 던진 K건기식의 미래를 추적해본다.

"희망을 쐈다"....역성장 건기식, 수출은 사상 최고치
건기식 등 미분류 조제식품 수출액/그래픽=이지혜건기식 등 미분류 조제식품 수출액/그래픽=이지혜


지난해 처음으로 역성장한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시장이 수출에서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국내에서 부진한 성장을 거듭하던 식품업계가 수출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것처럼 건기식 업계도 해외 진출을 통해 성장동력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7월말까지 건기식 등 미분류 조제식품 수출액은 5억3228만달러(약 7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4억8133만달러(약 6400억원)를 크게 넘어섰다. 이같은 추세라면 연간기준 지난해 기록한 8억4728만달러(1조1300억원)을 넘어 9억달러(1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분위기는 생산실적에서도 나타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개한 2023년 식품 생산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건기식 제조업체의 매출은 4조919억원으로 2022년 4조1659억원에서 1.9% 감소했다. 특히 내수 판매액이 3.2% 줄어들었다. 건기식 매출 역성장은 2004년 건강기능식품법 시행 후 19년만이다.

반면 생산기준 수출액은 같은 기간 2781억원에서 3242억원으로 16.6% 늘어났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427억원)과 비교하면 수출액은 4년간 2배 이상 성장했다. 같은 기간 내수 대비 수출 비중은 5.1%에서 지난해 8.6%로 늘었다. 여전히 내수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지만 점차 수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의미다.



수출국은 아시아 국가 비중이 높다. 지난해 관세청을 통해 신고된 건기식 수출물량 1위 국가는 중국이다. 전체 수출액의 4분의 1(2억600만달러, 24.3%)을 차지한다. 뒤를 이어 일본(1억400만달러)과 베트남(1억300만달러), 인도네시아(7100만달러), 미국(6800만달러) 순이다.

식약처 식품생산실적은 식품공전 분류에 따라 건기식으로 신고한 '제조사'의 금액을 집계하기 때문에 관세청 규모보다 적다. 소비자에 알려진 브랜드 상당수는 식품생산실적에서 제외되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생산한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지난해 건기식 시장 규모를 식약처 생산실적 4조1000억원보다 2조원 이상 많은 6조2000억원으로 추산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건기식 내수·수출 매출액 변화/그래픽=이지혜건기식 내수·수출 매출액 변화/그래픽=이지혜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18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건강식품코너에서 고객이 건강기능식품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4.06.18. kgb@newsis.com[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18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건강식품코너에서 고객이 건강기능식품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4.06.18. [email protected]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던 국내 건기식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 3년 차인 2022년부터 성장세가 꺾였고 지난해 처음으로 역성장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처지다. 수요의 한계와 내수부진이 맞물린 탓도 있지만 과도한 시장진입과 건강을 테마로 한 일반식품과의 경쟁에서 밀렸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내수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내 건기식 업계는 성장의 한계를 해외에서 극복하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의 한계로 지지부진하던 라면기업이 K푸드 열풍을 주도하는 것에 주목한다. 라면기업들이 '박스권 실적'을 극복하기 위해 매운라면, 볶음면, 비빔면 등 제품을 다양화하고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점이 역성장 건기식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는 것이다.

건기식업계 관계자는 "건기식 급성장 시기가 지나면서 가장 손쉬운 비용 축소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기능성을 강화하고 제형이나 맛 등을 차별화해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거는 기업에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산은 고급 약재, 3배 비싸"…중국서 홍삼 팔았더니 '깜짝 실적'
KGC인삼공사 해외 주요 국가 매출 추이/그래픽=이지혜KGC인삼공사 해외 주요 국가 매출 추이/그래픽=이지혜
국내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시장이 정체 상태인 가운데 건기식 대표 품목인 홍삼이 K푸드의 발자취를 따라 수출로 돌파구를 모색한다. 건기식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최근 개인 간 중고거래도 허용되면서 홍삼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수출이 새 활로가 될지 주목된다.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홍삼 수출 생산액은 73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3.4% 증가한 수치다.

홍삼 수출의 선두주자는 국내 건기식 1위 기업인 KGC인삼공사다. 지난해 492억원을 수출용으로 생산해 전체 홍삼 수출액의 67%를 차지한다. 40여개국에 250가지 제품을 수출 중인 KGC인삼공사는 현지 맞춤형 제품, 유통망 확대 등의 전략이 지난해부터 성과를 내며 수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는 설명이다. 생산액에 운임비용, 이윤 등을 붙인 해외 매출은 33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해외 법인이 있는 미국 중국 일본 대만 4개 법인의 매출은 전년대비 30% 늘었다.



해외 시장 확대는 국내 건기식 시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거둔 성적이어서 더 고무적이다. 홍삼은 전체 건기식의 16.8%를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품목인데 최근 그 규모가 줄고 있다. 홍삼의 지난해 생산실적은 4644억원으로 전년도 5896억원보다 21.2% 줄었다. 여기에 지난 5월부터 정부가 건기식 개인 중고거래를 시범 허용하면서 시장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KGC인삼공사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2009년 중국 법인 출범, 2013년 연구개발센터 설립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중국 유통을 확대하는 중이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중국 매출은 1655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47.6% 증가했다. 중국에선 한국 홍삼을 중국 인삼과 달리 고급 약재로 인식해 중국 제품보다 2~3배 비싼 가격에 팔린다.

미국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간다. 지난해 미국 매출은 406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늘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관장 홍삼원'은 2015년 코스트코에 입점한 뒤 현재 140여개 매장에서 판매된다. 홍삼원은 대형마트에 이어 아마존, 아이허브, 이베이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판로를 넓혀 지난해 매출은 2019년보다 약 2배 증가했다.



지난달에는 한국 건기식 중에서 처음으로 일본 최대 드럭스토어 체인 기업 '웰시아'의 2000여개 매장과 일본 1위 종합쇼핑몰 '이온몰' 350개점에 입점 계약을 맺었다. 자국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진입장벽이 있는 일본에 입성해 K홍삼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맞춤형 제품을 선보인다. 양사에 입점하는 '석류홍삼'은 일본 여성이 혈액순환, 피부미용에 관심이 많은 점을 반영해 혈액순환과 항산화 기능을 특화했다. 이 제품은 앞서 입점한 일본의 아마존, 라쿠텐 등 온라인 플랫폼 내 고려인삼 카테고리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해외 공략에 속도를 내기 위해 현지화 전략도 병행한다. 정관장 배구단은 인도네시아 메가왓티 선수를 영입하고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이 그런 예다. 메가왓티를 향한 관심이 현지에서 정관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반응이다. KGC인삼공사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백화점 롯데에비뉴에 매장을 입점시키고 프로모션을 열기도 했다.

중국에선 현지 유명 기업과 제휴를 통해 유통망 확대에 나서고 중국 정부와 협업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에선 홍삼의 쓴맛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 소비자의 입맛을 고려해 부드러움을 극대화했다. 에너지 부스팅, 신진대사에 관심이 많은 점을 반영해 식약처에서 인정한 홍삼의 혈행 개선, 피로회복 기능성을 특화해 제품화했다.



지난 4월 20일 경기 후 메가왓티 선수 어머니(왼쪽), 오빠(오른쪽)와 함께 정관장 선물을 받은 모습./사진제공=KGC인삼공사지난 4월 20일 경기 후 메가왓티 선수 어머니(왼쪽), 오빠(오른쪽)와 함께 정관장 선물을 받은 모습./사진제공=KGC인삼공사
KGC인삼공사는 수출 확대를 통해 세계 점유율 1위에도 올랐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허브 건강보조식품' 분야 소매 시장 규모는 298억8000만달러(한화 약 41조3330억원)로 이중 정관장 매출(유통사 마진 포함 소비자 판매가)은 11억6000만달러(한화 약 1조6046억원)로 집계됐다. 점유율은 3.9%로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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