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구(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유행은 보급률에 따라 모드(mode) 패션(fashion) 스타일(style) 예복이 된다. 모드는 새로운 양식이 최초로 나타났을 때를 말하고 세상에 어느 정도 퍼지면 그것은 패션이 된다. 대다수 사람이 수용하면 스타일이 되고 더 시간이 흐르면 스타일로 굳어진 것 중 일부가 일상생활과 관계없는 거추장스러운 예복이 돼 사라지기도 한다. 이것이 보급률 개념이며 넥타이를 예로 들 수 있다. 역사적으로 현대적 넥타이의 기원은 17세기에 프랑스 파리로 건너온 크로아티아 출신 용병이 목에 감은 멋진 목도리였다. 상류층 파리지앵 일부가 이를 흉내내면서 넥타이는 프랑스의 첨단 복식 모드가 됐고 이것이 발전해 귀족사회 패션이 된다. 19세기에는 영국으로 건너가 신사의 스타일로 정착한다. 오늘날에는 넥타이가 획일화한 의상이 됐고 특별한 때만 입는 예복 취급을 받는다.
이들 중 34%는 전기 다수 수용자(early majority), 나머지 절반은 후기 다수 수용자(late majority)로 나눌 수 있다. 전기 다수 수요자는 처음엔 선뜻 나서지 않다 다른 사람이 하면 따라 수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후기 다수 수용자는 변화에 둔감하지만 보급률이 과반이 되면 남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뒤늦게 수용한다. 어쨌거나 절대다수인 대중이 수용하면 그것은 사회의 스타일이 된다. 마지막 지각수용자(laggard)는 철저히 전통주의자고 전체의 16% 정도다. 기존 방식을 고수하고 변화에 아예 무관심하다. 새로운 것을 경멸하기까지 한다.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생성형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기술과 상품·서비스는 전례 없이 빠르게 보급·확산된다. 지금 인공지능은 사회적으로 모드나 패션단계에 해당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스타일이 되고 우리 일상이 될 것이다. 이런 변화의 시기에 어떤 사람은 인공지능의 이노베이터나 얼리어답터로 살 것이고 어떤 사람은 대중으로 살 것이다. 지각수용자로서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가장 유용하고 강력한 도구는 인공지능이다. 이를 얼마나 빨리 수용하고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고 대중이 될 수도 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신기술을 대하는 유형에 따라 나의 경쟁력과 미래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나는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다.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