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인공지능을 대하는 다섯 유형

머니투데이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2024.09.04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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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구(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최연구(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세상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만들어진다. 어떤 것은 나타났다가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지고 어떤 것은 널리 퍼져 유행하고, 또 어떤 것은 엄청나게 대박을 터트린다. 그런 변화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세상의 변화에는 나름의 유형과 법칙이 있다. 일본의 미래예측 전문가 구사카 기민토는 '유행의 보급률'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유행은 보급률에 따라 모드(mode) 패션(fashion) 스타일(style) 예복이 된다. 모드는 새로운 양식이 최초로 나타났을 때를 말하고 세상에 어느 정도 퍼지면 그것은 패션이 된다. 대다수 사람이 수용하면 스타일이 되고 더 시간이 흐르면 스타일로 굳어진 것 중 일부가 일상생활과 관계없는 거추장스러운 예복이 돼 사라지기도 한다. 이것이 보급률 개념이며 넥타이를 예로 들 수 있다. 역사적으로 현대적 넥타이의 기원은 17세기에 프랑스 파리로 건너온 크로아티아 출신 용병이 목에 감은 멋진 목도리였다. 상류층 파리지앵 일부가 이를 흉내내면서 넥타이는 프랑스의 첨단 복식 모드가 됐고 이것이 발전해 귀족사회 패션이 된다. 19세기에는 영국으로 건너가 신사의 스타일로 정착한다. 오늘날에는 넥타이가 획일화한 의상이 됐고 특별한 때만 입는 예복 취급을 받는다.



상품 경제학자 에버렛 로저스는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사람의 유형을 5가지로 구분했다. 첫째는 이노베이터(innovator), 즉 혁신가다. 도전, 창조, 개성을 선호하고 새롭고 독창적인 걸 즐기지만 사회적으로 소수다. 전체의 2.5%, 40명 중 한 명꼴이다. 둘째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인데 이들은 오피니언리더며 전체의 13.5% 정도 된다. 빨리 정보를 수집하고 이노베이터를 관찰하며 사회적 리더가 되는 데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다. 이들이 새로운 것을 수용하면 패션이 된다. 셋째는 다수의 수용자(follower)다. 전체의 68%고 사회 전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중이다.

이들 중 34%는 전기 다수 수용자(early majority), 나머지 절반은 후기 다수 수용자(late majority)로 나눌 수 있다. 전기 다수 수요자는 처음엔 선뜻 나서지 않다 다른 사람이 하면 따라 수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후기 다수 수용자는 변화에 둔감하지만 보급률이 과반이 되면 남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뒤늦게 수용한다. 어쨌거나 절대다수인 대중이 수용하면 그것은 사회의 스타일이 된다. 마지막 지각수용자(laggard)는 철저히 전통주의자고 전체의 16% 정도다. 기존 방식을 고수하고 변화에 아예 무관심하다. 새로운 것을 경멸하기까지 한다.



유행의 보급과 새로운 상품 수용 유형은 디지털사회나 인공지능 기술의 수용을 설명하는 데도 적용될 수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신기술이 등장한 후 보급률 추이에 따라 처음에는 모드였다가 점차 패션, 스타일 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단계에서는 예복이 돼 사라지기보다 또 다른 인공지능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생성형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기술과 상품·서비스는 전례 없이 빠르게 보급·확산된다. 지금 인공지능은 사회적으로 모드나 패션단계에 해당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스타일이 되고 우리 일상이 될 것이다. 이런 변화의 시기에 어떤 사람은 인공지능의 이노베이터나 얼리어답터로 살 것이고 어떤 사람은 대중으로 살 것이다. 지각수용자로서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가장 유용하고 강력한 도구는 인공지능이다. 이를 얼마나 빨리 수용하고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고 대중이 될 수도 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신기술을 대하는 유형에 따라 나의 경쟁력과 미래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나는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다.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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