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찾아 무인도까지 뒤진 아빠…마지막 통화 "현수막 만들 돈없어 걱정"

머니투데이 전형주 기자 2024.09.0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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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 실종된 딸 송혜희(실종 당시 17세)씨를 찾던 고(故) 송길용(71)씨. /사진=뉴시스25년 전 실종된 딸 송혜희(실종 당시 17세)씨를 찾던 고(故) 송길용(71)씨. /사진=뉴시스


"딸을 찾는 데 평생을 바친 딸바보였다"

25년 전 실종된 딸 송혜희(실종 당시 17세)씨를 찾던 고(故) 송길용(71)씨를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회장은 이렇게 기억했다.

나 회장은 지난달 31일 'YTN24'와 인터뷰에서 "송씨는 최근 급성심근경색증 시술을 받고 퇴원한 뒤 지난달 26일 트럭을 갖고 볼일을 보러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운명했다"고 전했다.



나 회장에 따르면 송씨는 1999년 딸 혜희씨가 실종되자 부인과 생업을 포기한 채 전국을 떠돌았다. 부인을 먼저 떠나보내고 생활고가 심해졌지만, 송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폐지·폐품을 수거해 번 돈으로 딸의 사진과 인적 사항이 담긴 현수막을 제작해 전국 방방곡곡에 걸었다.

나 회장은 "사망 하루 전 송씨에게 전화가 왔다. 현수막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돈이 없어 걱정하는 말을 하고 그 뒤 연락이 없었다"며 "현수막 제작업체 사장님에게 부고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송씨는 현수막·전단 배포를 통해 딸을 찾으러 다녔다"며 "트럭에 크게 사진을 붙여 전국을 다녔고 심지어 무인도까지 샅샅이 뒤졌다. 평소 즐기던 술·담배도 모두 끊고 '혜희를 못 찾으면 못 죽는다'고 했다"고 떠올렸다.

송길용씨가 제작한 딸 혜희씨의 실종 전단. /사진=온라인 커뮤니티송길용씨가 제작한 딸 혜희씨의 실종 전단.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송씨는 생전 나 회장에게 "내가 먼저 죽으면 우리 혜희를 대신 찾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나 회장은 "2~3주에 한 번 만났는데 그런 말을 자주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에게 남기는 유언이었던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혜희씨는 1999년 2월13일 실종됐다. 경기 평택시 송탄여자고등학교 3학년이던 그는 자택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포착된 것을 끝으로 25년째 행방불명된 상태다. 송씨는 25년 동안 혜희씨를 찾아 헤맸다. 그간 뿌린 전단이 1000만장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송씨가 살던 평택 단칸방에는 '나의 딸 송혜희는 꼭 찾는다'는 가훈이 붙어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씨 유족 측은 "그동안 관심을 가져 주셨던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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