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의미 없어…침체 시달린 중국MZ '가성비' 눈떴다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김하늬 기자 2024.09.02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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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에 소비방식 변화, 가성비 대체품 인기
바일란 등 관련 브랜드 성장, "中 의존 명품 타격"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여성이 휴대폰을 보면서 쇼핑몰 앞을 지나가고 있다./AFPBBNews=뉴스129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여성이 휴대폰을 보면서 쇼핑몰 앞을 지나가고 있다./AFPBBNews=뉴스1


#중국 선전에 사는 주식 애널리스트 딩 샤오잉은 증시 부진으로 보너스가 절반으로 줄자 소비 방식을 바꿨다. 예전엔 명품 매장에서 옷을 샀다면 이젠 온라인에서 비슷한 디자인을 고른다. 그는 "옷장이 점점 브랜드 없는 옷으로 채워지고 있지만 품질은 브랜드 못지 않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길어지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핑티'(平替)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핑티는 '가성비 대체품'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실용성과 가성비를 추구하는 것이다.



핑티는 유명 브랜드를 모방해 만들어졌더라도 로고까지 베껴서 명품으로 착각하게 만들려는 '짝퉁'과는 차이가 있다. 예컨대 일본 SK-II의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 330㎜ 제품은 1700위안(약 32만원)에 달하지만, 비슷한 성분을 함유한 현지 브랜드 찬도가 내놓은 핑티 에센스 가격은 569위안(약 10만원)이다. 1/3 가격이지만 싸구려 제품은 아니다.

메종마르지엘라의 약 52만원짜리 반지(왼쪽)와 중국 현지 업체 수드로브(Sudrov)가 판매하는 369위안(약 7만원)짜리 유사 디자인 반지 /사진=타오바오메종마르지엘라의 약 52만원짜리 반지(왼쪽)와 중국 현지 업체 수드로브(Sudrov)가 판매하는 369위안(약 7만원)짜리 유사 디자인 반지 /사진=타오바오
핑티의 부상은 중국의 제조업 발달로 수입품을 국산 대체품으로 전환하기 쉬운 환경과 경기 침체·고용 불안으로 가성비를 따지는 젊은층의 필요가 맞아떨어져 생긴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관련 매출도 급증세다. 데이터분석업체 항저우지이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앞선 1년 동안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시크조크(패션)와 바일란(주얼리) 등 일부 핑티 브랜드들은 두 자릿수에서 세 자릿수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투미, 마이클코어스 등 글로벌 명품업체에 가방을 납품하던 중국 핸드백 제조사 시토이는 최근 둥관 공장 건물을 이커머스 쇼룸으로 탈바꿈하며 핑티 출시를 위한 준비에 나섰다.

중국 소비자들에게 핑티 구입은 숨길 일이 아니다. 온라인에선 핑티 아이템을 찾아내고 명품과 가장 비슷한 핑티를 공유하는 게시물이 쏟아진다. 핑티 아이템의 품질과 가격대를 홍보하는 라이브 쇼핑 영상이 잇따르고 같은 물건을 주문하려는 소비자들이 몰려든다.

이런 추세는 현지 업체들이 수십년 동안 명품의 저렴한 대체품을 판매하면서도 중산층 쇼핑객에게 모조품을 판다고 조롱받던 것과 달라진 상황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블룸버그는 핑티의 부상으로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유명 브랜드들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봤다.


/사진=중국 국가통계국/사진=중국 국가통계국
한편 중국 국가통계국이 31일 발표한 8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 대비 0.3 낮은 49.1을 기록했다. 경기 동향을 나타내는 PMI가 50보다 아래면 경기 수축을 의미한다. 이로써 중국은 넉 달째 경기 위축 국면에 들어 있으며 5월(49.5) 이후에도 하향 추세를 보인다. 부동산 침체 여파가 여전히 큰 가운데 최근 UBS는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9%에서 4.6%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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