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식 ODM도 수출 사활, 해외진출 성공하려면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4.09.0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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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K푸드 시즌2, K건기식④

편집자주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유행처럼 번졌던 건강기능식품 매출이 역성장 중이다. 너도나도 건기식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소비자의 피로감까지 겹치면서다. 하지만 해외만큼은 분위기가 다르다.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K푸드의 질주본능을 추종하는 모양새다. 해외에서 승부수를 던진 K건기식의 미래를 추적해본다.

건기식 ODM도 수출 사활, 해외진출 성공하려면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인 코스맥스엔비티는 지난 6월 알라바바닷컴에 이어 7월 알리익스프레스, 아마존과도 건기식 입점 세미나를 열었다. 3번의 입점 세미나에는 110여개 회사가 참여할만큼 관심도가 높았다. 코스맥스엔비티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20년 50%에서 올해 1분기 기준 69%까지 늘어났다.

#. 다른 건기식 기업 노바렉스는 2분기 깜짝 실적을 냈다. 전분기보다 매출은 44%, 영업이익은 103% 증가한 것이다. 체지방 감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건기식 원료 잔티젠(Xanthigen) 수급 정상화와 초소형 건기식 제형 밀리(MiLi)가 좋은 반응을 얻은 효과다. 전세계 40여개국에 건기식을 수출하고 있는 노바렉스는 연내 모발 관련 건기식 개발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건기식 업계에서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ODM·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다. 노바렉스를 비롯해 콜마비앤에이치, 코스맥스바이오, 코스맥스엔비티, 서흥 등이 건기식 ODM·OEM을 주력으로 한다. 지난해 식품의약품 신고 기준 칼슘과 오메가3(EPA 및 DHA 함유 유지) 생산은 노바렉스가 주도했다. 각각 227억원과 164억원 어치를 수출용으로 생산했다. 칼슘은 코스맥스엔비티와 콜마비앤에이치가 선전 중이다. 각각 53억원과 49억원 규모로 수출용 생산을 했다.

콜마비앤에이치의 1등 분야는 따로 있다. 국내 개별인정형 원료 1호인 '헤모힘 당귀 등 혼합추출물'을 해외용으로 377억원어치 생산했다. 개별인정형 원료는 식약처가 별도 인정절차 없이 제조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고시형과 달리 심사를 통해 인정받아야 제조·판매가 가능하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판매액을 생산액의 4~5배 정도로 추산한다. 2022년 헤모힘 해외 매출액은 1851억원이었다. 올해는 규모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콜마비앤에이치는 글로벌 표준화를 마친 '헤모힘G'를 출시하고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생산과 판매까지 도맡은 곳도 수출 강세 품목을 보유하고 있다. 예컨대 홍삼은 KGC인삼공사가 독보적이다. 지난해 492억원어치를 생산해 수출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쎌바이오텍(259억원)과 종근당건강(112억원)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명성이 높다.

먼저 해외시장을 개척한 1세대 건기식 업체들은 충분한 수출 계획을 세우고 노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원물 표준화·안정성 검증·효능 검증·국가별 기준' 등의 단계를 충실히 밟는 '기초체력'을 탄탄히 할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가기준을 잘 몰라 나중에 큰 곤경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대비해야 한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소규모로 판매할 때 감시나 단속이 없어 진입장벽이 낮다는 인식이 있지만 대형사와 계약하려면 사전에 원료 등록이 필수다. 1994년 이전에 미국에서 식이보충제로 판매된 적이 없는 원료의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FDA)를 통해 신규건강식품원료(NDI, New Dietary Ingredients)로 미리 등록해야 한다. 대형사와의 큰 계약을 앞두고 원료 등록을 못해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한 정부의 정책 지원을 요구하는 건기식업계의 목소리도 커졌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지난달 29일 개최한 건강기능식품법 제정 20년 기념식에서 '글로벌 시장으로의 도약'이라는 미래비전·발전전략을 발표한 것이 그 예다. 건기식협회는 △해외 제도와의 규제 조화 △정부 주도의 R&D(연구·개발) 수출 지원 △중장기 전략 수립 등을 요구하고 글로벌 생산 허브로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정명수 건기식협회장은 "지난 20년간 독립된 건강기능식품 법체계 아래에서 성장해온 건기식 산업은 이제 글로벌 시장으로 대도약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며 "건강기능식품 육성법이 제정된다면 2035년까지 수출로만 5조원 규모를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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