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전립선비대증 '단일공 로봇수술'로 한 번에 치료 끝낼 수 있어"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9.0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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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단일공 로봇수술 전문가' 라이언 넬슨 박사

미국 헨리 포드 마콤 병원(Henry Ford Macomb Hospital)의 라이언 넬슨 박사(비뇨의학과 전문의)가 단일공 로봇수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미국 헨리 포드 마콤 병원(Henry Ford Macomb Hospital)의 라이언 넬슨 박사(비뇨의학과 전문의)가 단일공 로봇수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립선비대증을 포함해 비뇨기질환의 98%가량을 단일공 로봇수술(다빈치 SP)로 치료합니다. 한국은 로봇수술이 개복 수술보다 비싼 것으로 알지만, 환자 예후가 훨씬 좋고 회복도 빠르기 때문에 이곳에서 일해도 경제적 부담이 가능하다면 환자에게 추천할 것입니다"

최근 세계비뇨내시경기술학회(WCET 2024)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미국 헨리 포드 마콤 병원(Henry Ford Macomb Hospital)의 라이언 넬슨 박사(비뇨의학과 전문의)는 "다른 의사들도 단일공 로봇수술을 사용해보면 환자 예후가 훨씬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개복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과 비교해 로봇수술의 이점이 분명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로봇수술은 카메라와 수술 도구가 달린 로봇 팔을 '콘솔'이라는 컨트롤 구역에서 의사가 직접 보고, 조작하며 수술하는 방법이다. 세밀하고 정교한 수술이 가능해 개복 수술과 비교해 환자 회복이 빠르고 통증·출혈이 적다. 과거 로봇 팔이 4개 달린 장비로는 3~4개의 구멍을 뚫는 '다중공' 로봇수술을 진행했다. 그러다 최근 구멍 하나만 뚫는 '단일공' 로봇수술이 등장하며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1400여건의 로봇수술을 시행한 넬슨 박사도 단일공 로봇수술이 등장한 이후 최근 3년 동안 497건(7월 말 기준)의 수술을 단일공 로봇수술로 진행했다. 정밀한 기구 조작과 함께 카메라로 마치 코앞에 댄 듯 병변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은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는 "특히 단일공 로봇수술을 통해 하루 만에 수술·퇴원하는 '원데이 수술'이 가능해졌고, 전신마취가 아닌 척추마취로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할 수도 있게 됐다"며 흡족해했다.



인튜이티브의 단일공 로봇수술 시스템 '다빈치 SP' 이미지./사진=인튜이티브인튜이티브의 단일공 로봇수술 시스템 '다빈치 SP' 이미지./사진=인튜이티브
수술 합병증에 대한 걱정도 훨씬 줄었다. 넬슨 박사는 "비뇨기 질환 치료를 위해 골반이나 전립선에 접근할 때는 로봇 팔을 배꼽 아래쪽을 절개해 넣는다. 기존에 개복 수술 등과 달리 해부학적인 구조 면에서 수술 후 탈장이 발생할 위험이 훨씬 적다"고 말했다. 지난해 비뇨의학과 분야 최상위 국제학술지인 '비뇨기학'(Urology)에 실린 논문을 보면 2019~2022년 전립선 절제술에 단일공 로봇수술을 적용한 1103명의 환자 중 탈장이 나타난 사례는 2명에 불과했다. 제각각 다른 방식으로 수술 부위에 접근한 단일공 로봇수술 환자(1103명)를 조사했더니 0.4%(5명)만이 수술 중 장막 파열, 폐쇄신경 손상과 같은 합병증이 나타났다는 연구(영국비뇨기과학회지, 2024년)도 있다.

로봇수술의 발전은 치료 대상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크기가 80㏄를 넘는 거대 전립선비대증에서 로봇수술은 레이저를 이용해 커진 전립선을 도려내는 기존 방식보다 훨씬 이점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출혈이 적어 수혈에 따른 신체적 부담을 덜 수 있고 수술 당일 퇴원도 가능하다. 넬슨 박사는 "로봇수술로 전립선 절제술을 시행할 때 10년 이내 재치료율은 1% 미만이다. 반면 레이저 수술의 재치료율은 12%에서 최대 14%로 이보다 훨씬 높다"며 "한 번의 수술로 치료를 끝낼 수 있고 방광 결석, 종양 제거, 스텐트 삽입 등 다양한 치료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앞으로 거대 전립선비대증에서 단일공 로봇수술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라이언 넬슨 박사(비뇨의학과 전문의).라이언 넬슨 박사(비뇨의학과 전문의).
우리나라의 경우 로봇수술은 비급여라 개복·복강경 수술보다 비용이 비싸다. 하지만, 정교한 수술로 재입원율·재수술률 등을 낮출 수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이득이라는 게 넬슨 박사의 판단이다. 그는 "개복수술은 기구를 재사용할 수 있고 표준 수술 세트 등 초기 비용이 로봇수술 시스템보다 저렴하다"면서도 "하지만 개복 수술 후 합병증 확인에 필요한 CT 등 영상 촬영 비용, 입원율, 입원 일수, 약제비 등을 따지면 환자 1인당 발생하는 총의료비가 로봇수술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뇨기임에 개복 수술은 회복 기간이 6주에서 길게는 3개월까지 걸리지만, 단일공 로봇수술은 대부분 10일 길면 2주 지나 골프를 치러 나갈 수 있을 만큼 회복이 빠르다"며 "일상으로도 빠르게 복귀하면 수술에 따른 근로 소득의 손실도 더 신속히 만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봇수술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전에는 카메라 각도를 0도 또는 30도 두 가지 중 하나로 고정해야 했지만, 지금은 어느 방향이든 0~30도까지 화면을 돌리며 꼼꼼히 살펴볼 수 있게 돼 훨씬 정교한 수술이 가능해졌다.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가장 최신의 5세대 다빈치 로봇수술 시스템은 집도의가 수술 시 촉각을 통해 저항감을 느낄 수 있는 '포스 피드백'(Force Feedback) 기능으로 장기·혈관·신경 손상 위험을 최소화했다. 한국에는 도입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3차원 모델링을 통해 암이나 신체 장기를 구현한 뒤 미리 '가상 수술'을 펼치거나 실제 수술 과정에 3D 모델을 회전시켜가며 비교해 보기도 한다.

넬슨 박사는 현재 미국의 여러 의료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장·전립선 질환 수술에서 단일공 로봇수술의 효과와 안전성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원격 수술, 인공지능(AI) 도입에 대한 연구도 구상 중이다. 그는 "단일공 로봇수술에서 한국의 의사는 전 세계적으로 우수한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며 "컨소시엄에 유럽 의료기관의 참여를 고려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의료기관도 동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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