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30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그룹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에 응했다./사진=구단비 기자
한미약품 (323,500원 ▲1,000 +0.31%)그룹 오너가의 분쟁이 지주사와 계열사 간 인사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33,050원 ▲50 +0.15%)와의 독립경영을 선언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강등 인사 이후 처음으로 "이번 인사를 임종훈 대표가 통보로 받아들인 것에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는 "인사 등 한미약품 일에서 꼭 필요한 부분은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며 "공고도 몇시쯤 내겠다고 얘기했고 당일 임원 회식 때도 같이 식사해 '이해해주시는구나'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임종훈 대표 측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인사를 내기 전 지주사와 충분히 상의했고 뒤늦게 강등 인사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임종훈 대표 측이 이번 인사에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한 사모펀드 라데팡스파트너스 연관 인물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 박 대표는 "(라데팡스와) 관련 없고 그렇게 규정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실례되는 표현"이라며 "(이번 인사 대상자들이) 외부 인사라는 (악의적인) 프레임이 덧씌워져 있다"고 토로했다.
박 대표는 한미약품의 독립은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하 대주주연합)의 뜻과도 부합하는 일이라고 했다. 대주주연합은 한미약품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다만 박 대표는 "세 분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은 아니다"며 "임성기 선대회장도 오랜 기간 말씀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한미약품부터라도 해야 한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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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이 낸 인사발령이 무효라는 한미사이언스 측의 주장과 달리 인사는 변동 없이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또 한미사이언스 측에서 주장하는 한미약품 일부 경영진의 사직서 제출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임종훈 대표의 박 대표 강등인사와 관련해 법무법인 세종에 법적 자문을 받아 '지주회사라도 별도의 법인격을 가진 자회사 소속 임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는 없다'는 답변받았다고 공개했다. 박 대표는 강등 이후 일부 시스템 접속이 제한됐는데 법무법인에선 이를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도 봤다.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가 다음 주 초 소집 요청한 이사회에 대해선 특별한 반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임종윤 이사는 이사회 안건으로 박 대표 해임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박 대표는 "정말 제가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법적으로 (확인해) 잘 이야기해보겠다"며 "다만 갑작스러운 일정이기 때문에 다른 이사진 참석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사회 성립을 위해선 과반이 참석해야 한다.
한편 이날 박 대표의 기자들 간 질의응답 도중에 남지선 한미사이언스 법무팀 이사가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남 이사는 "박 대표가 기자들과 대화를 진행한다고 해서 참석했다"며 "(이런 일정은) 내부에서 논의가 됐으면 하는 부분도 있다"고 짧게 입장을 전했다. 박 대표는 "내부적인 논의도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해 가능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