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 원하는 것 맞나…"네타냐후·신와르 전쟁 택할 수도"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4.08.2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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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내 입지 위태로운 네타냐후, 극우파에 등떠밀리듯 전쟁 계속할 수도…
하마스 지도자 신와르, 패배에 가까운 협상보다 죽음 무릅쓴 전쟁 택할 가능성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폭격을 받은 가자 지구 칸유니스 지역의 모습. /로이터=뉴스1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폭격을 받은 가자 지구 칸유니스 지역의 모습. /로이터=뉴스1


가자 지구 휴전 협상이 교착 상태를 이어가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어떤 속내를 품고 있는지 관심이 쏠린다. AP통신은 정치 타산이 맞지 않는다면 양측 모두 휴전보다 전쟁을 선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8일 AP통신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국내외에서 하마스와 휴전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음에도 협상에 응하기 쉽지 않은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9일 하마스에 납치됐던 이스라엘 인질 시신 6구가 송환된 이후 인질 가족들을 중심으로 휴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0일 카타르 도하에서 중동 순방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라면서 휴전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협상안에 서명하기 힘든 것은 정치 입지가 위태롭기 때문.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전쟁 전부터 사면초가였다. 2009년부터 정권을 잡고 있던 네타냐후 총리는 2020년 5월 부패 혐의로 이스라엘 총리 최초로 형사재판에 서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는 이스라엘 통신기업 베제크가 계열 언론매체를 통해 자신에게 우호적인 보도를 하는 조건으로 베제크에 수억 달러 규모의 이권을 안겨줬다는 혐의를 받는다. 또 2015년 총선을 앞두고 이스라엘에서 판매부수가 가장 높은 일간지 예디오트 아하로노트의 경쟁사를 압박하는 조건으로 이 언론사로부터 우호적인 보도를 받아낸 혐의, 부유층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고가의 선물을 받은 혐의도 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안보장관을 비롯한 극우파들은 가자 지구를 영구적으로 재점령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특히 휴전 후에도 이스라엘 군이 가자 지구 내 필라델피 통로, 넷자림 통로에 계속 주둔한다는 조건을 협상에 집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넷자림 통로는 가자 지구를 동서로 가로지르기 때문에 이스라엘 군이 주둔하면 가자 지구는 사실상 분단된다. 필라델피 통로는 이집트와 가자 지구 국경을 따라 이어진 비무장지대다. 하마스는 물론 이집트도 이스라엘 군 주둔에 반대한다.

벤그비르 장관은 이스라엘 협상단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회담 중이던 지난달 18일 동예루살렘 성지 알아크사 모스크를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 지구 전쟁을 계속할 수 있도록 기도했다고 말했다. 알아크사 모스크는 하마스가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을 기습할 때 명분으로 삼았던 장소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성지를 훼손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알아크사는 유대교와 이슬람교 모두 중요하게 여기는 성지로, 양측 교인들이 수시로 이곳에서 충돌했다.

AP는 "네타냐후 정권과 연정 중인 여당 연합은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협상에서) 지나치게 양보할 경우 내각을 무너뜨리겠다고 위협한다"며 "이 경우 네타냐후 총리는 부패 혐의로 재판 중인 시기에 권력에서 쫓겨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9일 이스라엘 법원은 네타냐후 총리가 올해 12월2일 법정에 나와 증언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변호인단이 전쟁 중이라 내년 3월 전까지는 출석이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P는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 입지를 회복하려면 승전이라는 명분이 필요하다면서 당분간 휴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마스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를 살해하거나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 다수를 구출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얻어야 휴전할 것이란 취지다.

신와르의 관심사는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석방시키는 것.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 통제에 저항해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수감된 팔레스타인 수감자는 9000명 이상이다. AP는 신와르 자신도 이스라엘에서 22년 수감생활을 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고위인사들을 석방하는 것은 신와르에게 신성한 임무"라고 했다.



신와르의 또 다른 관심사는 이스라엘 군이 가자 지구에서 완전 철수하는 것. 알자지라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때부터 거주지를 빼앗겼다"면서 이스라엘 군 주둔 문제는 하마스가 양보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신와르와 함께 수감생활을 한 적이 있다는 레바논 정치분석가 나비흐 아와다는 AP 인터뷰에서 "신와르는 휴전이나 포로 교환에 관한 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아주 관심이 많다"며 "휴전이나 포로 교환 둘 중 하나만 성공해도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와르의 협상 카드인 이스라엘 인질들 상당수가 이미 사망했거나 사망할 지경에 처했다는 것이다. AP는 신와르가 협상에서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이스라엘에 암살 당할 위험을 감수하고 전쟁을 계속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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