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싸고 더 빠르다…우크라 전쟁에 미소 짓는 중국 항공사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4.08.2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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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공사들이 러시아 영공 경유로 비행거리 단축과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면서 중국행 항공편에서 해외 항공사들의 점유율을 압도하고 있다. 한중 항공편도 올해 중국 항공사의 점유율이 57.1%로 상승했다.

영국 히드로공항에 착륙하는 에어차이나 여객기/사진=블룸버그영국 히드로공항에 착륙하는 에어차이나 여객기/사진=블룸버그


2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중국 항공시장은 중국 항공사와 외국 항공사가 양분했지만, 올해는 중국 항공사가 약 63%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3대 국영 항공사인 에어차이나,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은 경제 활성화 및 글로벌 위상 강화를 노리는 중국 정부의 노력에 부응하기 위해 코로나 당시 저점을 찍었던 해외 네트워크를 빠르게 재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항공 분석업체 씨리움(Cirium)에 따르면 올해 중국 항공사들은 4760만 좌석을 공급하며 중국행 항공편 좌석 수의 63%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는 2019년 대비 약 10%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한중 항공편도 중국 항공사의 점유율이 2019년 47.6%에서 올해 57.1%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행 항공편의 좌석수 추이/그래픽=김지영중국행 항공편의 좌석수 추이/그래픽=김지영
블룸버그는 중국 3대 국영항공사가 팬데믹 시기 침체된 비즈니스 및 관광 연관 산업을 활성화해야 하는 과제를 떠맡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중국 국영 항공사들의 적극적인 행보가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270억달러로 추산한 중국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외국 항공사와의 긴장 국면을 조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항공, 버진아틀랜틱, 호주 콴타스항공은 수익성이 악화된 중국노선을 폐지했으며, 독일 루프트한자는 아시아에서의 실적 부진에 대해 중국의 '과잉 생산'을 힐난했다.

컨설팅업체 씨리엄 어센드의 조안나 루는 "(중국행 항공편 시장은) 경쟁이 줄어든 축소된 시장"이라며 "많은 외국 항공사들이 항공편을 더 빨리 회복됐거나 수요가 더 안정적인 시장으로 재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 홍차오공항의 동방항공 여객기/사진=블룸버그중국 상하이 홍차오공항의 동방항공 여객기/사진=블룸버그
특히 유럽·미국 항공사들은 중국 항공시장 진입을 어렵게 하는 구조적인 장애물에 직면한 상태다. 중국 항공사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유럽 항공사의 운항이 금지된 러시아 영공 경유를 통해 더 짧은 경로로 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유럽 항공사들은 항공유 등 연료비와 인건비를 더 많이 지불해야 하는 불이익을 안고 있으며 고객들 역시 더 오랜 시간 탑승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일례로 11월 영국항공의 런던발 상하이행 왕복항공권은 가격이 843달러에 달하지만, 이보다 싼 같은 노선의 중국동방항공(682달러)보다 한 시간을 더 비행해야 한다.

중국을 방문하려고 하는 외국 관광객도 줄었다. 맥킨지의 아시아 여행산업 부문을 이끄는 스티브 색슨 파트너는 "코로나 이후 중국을 방문하는 것보다 중국인이 외국을 방문하는 수요가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또 색슨은 중국 항공사에 "국제선은 국가 차원의 서비스인 면이 있다"며 "수익을 따져보면 줄고 있을 것이며 이미 손실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항공 컨설턴트인 베람지 가디얼리도 "마진이 극도로 적어서 영국항공과 다른 외국항공사들이 중국 항공사에 경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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