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재정지출 계획/그래픽=이지혜
하지만 더 이상 '슈퍼예산'이라는 단어를 찾기 힘들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표현처럼 과거 우리의 강점이었던 재정건전성은 위험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윤석열정부는 긴축적 재정 운용을 선택했다. 긴축적인 재정 운용은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로 자리잡았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정부 입장에선 확장적인 예산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정건전성이 발목을 잡았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 세입 예산(총수입)은 올해보다 6.5% 증가한 651조8000억원이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25조6000억원 적자다. 쓸 돈이 거둬들일 돈보다 많은 구조다.
관리재정수지 및 국가채무 전망/그래픽=이지혜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줄여도 내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8.3%로 올해보다 0.8%p(포인트) 올라간다.
유병서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은 "세수 문제로 재정수지가 왔다갔다 하지만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게 정부의 기본적인 기조"라며 "여전히 빚 내서 사는 나라살림인데 줄여가지 않고 계속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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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성에 방점을 찍은 예산이지만 경제활력의 마중물인 재정의 역할이 한계에 봉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정부가 전망한 내년 경상GDP 성장률(4.5%)에도 한참 못 미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과적으로 GDP에서 차지하는 (정부 재정의 역할)비중도 줄어든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연도별 예산 총지출 추이/그래픽=이지혜
기재부는 내년 0%대 재량지출 증가율에도 대학 국가장학금과 병사 월급 등 각각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예산을 편성했다. 이 말은 다른 사업에서 대규모 감액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기재부는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감액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출구조조정 규모는 24조원이다.
앞으로도 긴축적인 재정 운용은 이어질 전망이다. 기재부가 이날 발표한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이 기간 총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은 3.6%다. 그나마 의무지출이 △2025년 5.2% △2027년 7.0% △2027년 5.5% △5.0%로 높고, 재량지출은 이 기간에 각각 0.8%, 0.3%, 1.5%, 1.8%에 그친다.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은 "예산의 총량으로 재정의 역할을 잘하느냐, 못하느냐 볼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며 "해야할 일을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