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학 전 BNK자산운용 대표이사
마르코 폴로의 이 엄청난 가짜뉴스는 온 유럽을 들썩이게 했다. 대항해의 시대에 황금의 나라 지팡구의 전설은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뿐 아니라 많은 탐험가가 움직이는 중요한 동인이 됐다. 사실 일본은 8세기인 나라시대부터 금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해 신사유람단 성격의 '견당사'(遣唐使)를 통해 금을 수출한 것이 '지팡구' 전설의 출발이다.
장식품, 귀금속이던 금이 화폐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금화를 만들기 시작한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폐가 갖춰야 할 필수요건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으며 가치가 안정적일 것, 품질이 균질적이며 분할해도 가치가 유지될 것, 마모되지 않으며 운반과 보관이 용이할 것 등이다. 이런 기준에 딱 맞아떨어지는 금은 19세기 이후 금본위제도가 정착되면서 국제간 거래에서 결제를 위해 사용되는 국제통화가 됐다. 2차대전이 끝나고 금본위제도가 붕괴된 이후 1971년 미국이 달러화와 금의 태환을 중지하면서 금은 화폐가 아닌 상품으로 자리매김을 다시 하게 됐다.
미국은 1950년대 이후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진행된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난 이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평균 4.7개월 이후부터 금리인하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경우 달러는 약세를 보였고 금값은 1971년 금태환을 중지한 닉슨쇼크 때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하게 일어나거나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을 때 크게 상승했다.
인간에게 금은 다른 물질과 완전히 격이 다른 존재다. 이제는 화폐의 기능을 하지 않지만 여전히 준화폐적 성격을 띠며 상품으로서 가치도 다른 무엇보다 높다. 그 옛날 모험가들처럼 황금의 나라 '지팡구'를 찾는 도전이 이어진다면 금값은 어떻게 될까. (이윤학 전 BNK자산운용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