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박스 가격 인상, 추석 이후"...원지값 상승 떠안는 포장업계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2024.08.27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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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수급 불안에 골판지 원지 이어 원단 가격도 상승
택배·배송용 종이박스도 인상 불가피...시점 저울질
"추석 물가 안정화 동참 위해 연휴 이후가 유력"
협상력 대체로 약해...대기업, 택배사 상대로 제값 받을지는 의문

추석 직전 골판지 원료인 폐지의 재고 추이/그래픽=이지혜추석 직전 골판지 원료인 폐지의 재고 추이/그래픽=이지혜


택배·배송용 종이박스의 원료인 폐지 수급이 불안정함에 따라 골판지의 원지 가격이 인상된 데 이어 원지를 조립해 만든 원단의 가격도 올랐다. 완제품인 종이박스의 가격도 인상이 불가피해졌으나 관련업계는 추석 물가의 안정화에 동참하겠다며 시점을 연휴 이후로 미루기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영세한 이들이 연휴 이후에 택배사, 대기업을 상대로 가격 인상을 얻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7일 종이박스 조립업계에 따르면 박스 제조사들은 조만간 가격 인상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마다 인상시기를 다음달 1일과 추석 연휴 이후 중 저울질하고 있지만 추석 물가 안정에 동참하기 위해 대체로 명절 이후로 무게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업계의 협상력이 약해 납품대금연동제 적용 없이 대기업과 택배사를 상대로 가격 인상을 제대로 받아낼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제지업계에 따르면 태림페이퍼와 아세아제지는 26일 골판지 원단의 가격도 인상했다. 품목에 따라 인상폭은 다르지만 원지의 가격 인상폭과 비슷한 20% 수준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나머지 신대양제지와 한솔페이퍼텍 등도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분석한다.

종이박스는 흔히 폐지라 부르는 종이자원을 물에 풀어 재생펄프로 만든 뒤, 널빤지(라이너지) 두장과 물결 모양의 완충재인 골심지를 만들고, 이들을 '골판지 원단'으로 조립한 뒤 크기에 맞게 재단하고, 접고, 표면에 그림과 글씨를 인쇄해 만든다. 이에 국내 관련 업계는 공정 과정에 따라 △원지 제조업계 △원단 조립업계 △박스 조립업계로 나뉜다.



최근 골판지의 핵심 원재료인 폐지의 수급이 불안정해지며 원지 가격이 18~21% 인상된 상황이다. 당초 동남아시아가 유럽산 폐지로 재생펄프를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던 것을, 중동 분쟁이 장기화하며 홍해쪽 물류가 어려워지자 한국산 폐지를 대량 수입해 국내에서 폐지 수급이 어려워졌고, 폐지 가격이 크게 오르자 후단의 골판지 원지와 원단 가격도 덩달아 인상됐다.

협상력 약해..."가격인상 얻어낼 수 있을지"
자연스럽게 완제품인 종이박스 가격도 인상 압박을 받게 됐다. 국내에 종이박스를 생산하는 업체는 2800여곳에 달한다. 중견, 중소기업도 있지만 박스를 가내수공업식으로 조립하는 영세한 업체도 상당수다.

추석 물가 영향 탓에 인상 시기를 대체로 늦추고 있지만 포장업계는 인상이 가능할지도 걱정하는 분위기다. 업체들이 대체로 영세해 대기업과 택배사를 상대로 협상력이 약하기 때문에 원단 가격이 오른 만큼 가격 인상을 얻어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납품대금연동제가 시행돼 최종 납품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원재료 값이 20% 이상 인상되면, 납품대금도 재협상 없이 인상돼야 하지만, 수요업체와 납품업체가 합의하면 연동제를 따르지 않아도 되는 '독소조항' 때문에 포장업계는 제도를 적용받지 못하는 업체가 수두룩하다. 업계의 자체 조사 결과 약 80%가 납품대금연동제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2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제지연합회, 한국골판지포장산업 등과 가진 골판지 수급 점검회의에서도 포장업계는 "가격 인상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포장업계는 납품대금연동제의 주무관청인 중소벤처기업부에도 독소조항의 개선을 촉구했다.



한편, 골판지 수급 점검회의는 올 추석도 골판지 박스의 수급은 안정적일 것으로 결론이 났다. 소비심리가 위축됐을 뿐 아니라 예년처럼 명절 선물을 주고받는 분위기가 강하지 않아 택배 박스 수요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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