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크로우(왼쪽)와 제임스 네일.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제임스 네일(앞)과 윌 크로우(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2018년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이후 KIA가 꾸준히 가을야구에 나가지 못한 이유로는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가 상당한 지분을 차지했다. 특히 투수 선구안이 좋지 못해 2020년 애런 브룩스-드류 가뇽 원투펀치 이후 매년 외국인 투수가 교체되기 바빴다.
하지만 부상 악재가 KIA를 강타했다. 크로우는 지난 5월 4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팔꿈치 통증을 느꼈고, 결국 미국에서 오른쪽 내측 측부인대 재건술을 받고 시즌 아웃됐다.
최근 광주에서 만난 김도영(21)은 "크로우가 미국으로 떠날 때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굉장히 마음 아파했던 게 생각난다"고 뭉클했던 당시를 떠올리면서 "항상 먼저 어린 선수들을 챙겨줬다. 먼저 말을 걸어 어린 선수들을 모아 같이 밥 한번 먹을 수 있겠냐고 물어보고 약속도 나서서 잡았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윌 크로우가 지난 15일 김도영의 30홈런-30도루 달성 기념 게시글이 올라온 구단 SNS에 축하 인사를 남겼다. 이밖에도 크로우의 흔적은 구단 SNS에 가득하다. /사진=KIA 타이거즈 구단 공식 SNS 갈무리
이 시각 인기 뉴스
김도영은 "지금 내게 붙은 별명 중 크로우가 해준 'The Young King'이 가장 마음에 든다. 처음 들었을 때 '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라고 신기했다"고 감탄하면서 "정말 그런 외국인 선수는 처음이었다. 정말 좋은 동료였고 그래서 (부상이) 더 안타까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KIA의 불운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6경기 12승 5패 평균자책점 2.53, 149⅓이닝 138탈삼진으로 에이스 역할을 하던 네일마저 불의의 사고로 수술대에 오른 것. 2015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20라운드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지명을 받은 후 미국에서도 9시즌 간 부상자 명단에 오른 적이 한 번일 정도로 건강이 장점이었던 네일이었기에 KIA 입장에서는 불운이라 할 만했다.
네일은 지난 2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6회 말 맷 데이비슨의 강습 타구에 턱을 맞았다. 극심한 고통에 후속 플레이는 물론이고 코치진이 마운드에 방문하기도 전에 얼굴을 감싸 쥐고 더그아웃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중계화면에 잡히지 않았으나, 출혈이 상당했고 상황은 심각해 보였다.
KIA 제임스 네일이 25일 턱관절 고정술을 받은 후 근황을 알리고 있다. /사진=제임스 네일 SNS 갈무리
네일은 낯선 환경과 다른 리그 스타일에도 항상 경청하는 자세로 빠르게 KBO 리그에 적응한 선수였다. KIA 정재훈 투수코치는 네일에게 공에 대한 믿음을 주면서 결정구 한두 가지에 집중해 집중하길 바랐고 그 요구에 충실히 따랐다. 크로우와 함께 고집 없이 유연한 두 외인에 정 코치는 아직 시즌을 한 달 치른 시점(4월 말)임에도 "우리 외국인 투수들에게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만족감을 드러낸 바 있다.
25일 턱관절 고정술을 마친 후 네일은 자신의 SNS에 "수술은 잘 끝났다. 이제는 회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어 "내게 많은 걱정과 기도를 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하나님께서 어제 밤 동안 나를 잘 보살펴 주셨다. 수술과 치료에 많은 도움을 주신 아산병원 관계자 여러분, (걱정해준) KIA와 NC에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현재 KIA는 23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2위 삼성 라이온즈와 5.5경기 차 1위로 유리한 상황이지만,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을 고민 중이다.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돌던 투수가 양현종과 황동하밖에 없기 때문. 정규시즌 1위를 하루빨리 확정하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네일의 복귀를 기다리는 게 최고의 시나리오인 만큼 KIA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KIA 제임스 네일이 25일 턱관절을 고정하는 수술을 받은 후 SNS에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임스 네일 SNS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