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 '해븐코리아' 본사 공장에 출하를 앞두고 쌓여있는 라돈 차폐 도료 '라돈 키퍼' /사진=박건희 기자
22일 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에서 만난 김갑수 해븐코리아 대표는 "페인트칠하듯 벽면에 바르기만 해도 라돈을 90% 이상 차폐할 수 있는 새로운 도료를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라돈 키퍼'라는 이름의 신제품으로, 기존 라돈 차폐 도료보다 코팅 지속력을 높이고 인체 유해성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라돈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방사성원소 '라듐'이 붕괴하면서 생성되는 기체다. 공기 중은 물론 지하수에도 소량 포함돼 있는데, 건물에 균열이 생기면 그 틈새를 통해 실내로 유입된다. 공기보다 무거운 성질상 밀폐된 공간에 갇힐 경우 짙은 농도로 축적될 수 있다. 주기적인 환기를 바깥으로 내보내면 그나마 위험성을 줄일 수 있지만 창문을 닫고 생활하는 여름철과 겨울철엔 환기만으로 역부족이다.
라돈 키퍼의 라돈 차단율 평가 결과. 시간이 흐를수록 차단율이 높아져 90% 이상에 이르는 결과를 볼 수 있다. (오른쪽 그래프) /사진=원자력연
라돈 키퍼 시제품의 효능을 시범하는 해븐코리아 직원 /사진=박건희 기자
한양건설 대표이사를 지내는 등 오랜 기간 건설업에 몸 담은 김 대표는 "무엇보다 국내외적으로 인정받는 출연연의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했다는 데서 제품의 신뢰도를 입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학자는 연구하고 기업은 이윤 내는 '선순환 합작품'… "4년 내 매출 100억원 달성"
김갑수 해븐코리아 대표가 22일 원자력연 첨다방사선연구소에서 기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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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기업은 단순히 연구원 출신 연구자가 창업하거나 연구개발특구 안에 설립된 기업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출연연이 기존 기업과 기술과 현금을 공동 출자해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거나(합작 투자형), 기존기업에 기술을 현물 출자해 기존 기업을 연구소기업으로 전환(기존기업 전환형)한 기업이다. 일회성 기술이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출연연이 기술을 직접 사업화하는 모델이다.
이렇게 설립된 연구소기업에게는 국세와 지방세를 감면해주는 혜택이 제공된다. 출연연이 개발한 원천기술이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사업화를 장려하기 위함이다. 단 조건이 있다. 설립 주체인 출연연은 연구소기업의 자본금 규모 중 10퍼센트(%)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1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연구소기업 자격이 사라진다.
2023년 특허 기술 5건을 해븐코리아로 이전한 당사자인 박종석 첨단방사선연구소 방사선융합연구부 책임연구원도 이날 참석해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연구자들도 자본금 규모 10%의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신기술을 개발, 연구소기업에 이전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구자는 좀 더 발전된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애쓰고, 기업은 이윤을 내기 위해 이를 시장에 선보이고 다듬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오는 9월 라돈 키퍼 전용 생산시설을 추가로 설치해 연말 또는 내년 초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회사인 한양건설을 통해 시장에 진입한 뒤 점차 판매처를 늘릴 계획이다. 그는 "2028년엔 라돈 키퍼의 매출을 100억원까지, 2030년엔 약 200억원까지 올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전북 정읍에 위치한 해븐코리아 본사 전경 /사진=원자력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