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TBC
의뭉스러운 남편이라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라도 최근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하기 시작한 이 사람은 다르다. JTBC ‘가족X멜로’(극본 김영윤, 연출 김다예)의 지진희다.
사진=JTBC
그러다 보니 이야기의 굵직한 축은 애연을 두고 경쟁하는 무진과 미래의 대립구도다. 무능했던 아빠가 졸부가 되어 나타나 딸과 옥신각신하는 가족드라마라는 전제부터 시청자들을 무장해제한다. 여기에 화룡점정은 역시나 지진희다. 그동안 작품들에서 하도 정장 차림을 많이 해서 슈트가 디폴트인 줄 알았던 지진희가 팔뚝에 온통 무신을 하고 캐릭터 변신을 한 것만으로도 신선한데, 손나은과 팽팽하게 맞서는 코믹 연기까지 자연스럽게 펼쳐주니 한없이 즐거운 것이다.
대중적으로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러브레터’(2003)와 ‘대장금’(2003~2004)부터, ‘동이’(2010), ‘60일, 지정생존자’(2019) 등에 이르기까지 안방팬들에게 지진희는 늘 품위 있는 남자였다. 의대생, 종사관, 임금, 대통령 등의 캐릭터를 거치면서 품격이 다른 존재감으로 각인됐다. 직업 등 외형적인 모습뿐 아니라 캐릭터의 내면 역시 격조 높은 모습이어서 더 그랬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사진=JTBC
그런 지진희가 이번 드라마에서는 옷차림에는 힘을 빼고 근육에 한껏 힘을 실었다. 직업은 딱히 없는데, 남자다운 매력은 더욱 배가했다. 미래와의 경쟁 때문만이 아니라 애연을 향한 여전한 사랑으로 선물 공세를 하며 열렬히 구애 중인 무진은 애연에게 “아직 예쁘네, 나 안 보고 싶었냐”고 하는 등 남자답게 툭 던지는 말과 행동들로 여심을 녹이고 있다.
X-와이프와 재결합하기 위해 뭐든 다 하겠다는 식의 저돌적인 무진을 보다 보면 지진희가 ‘결혼 못하는 남자’(2009)에서 찌질한 ‘초식남’ 캐릭터로 시선을 모았던 것과 대비가 된다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된다. 15년만에 정반대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점에서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가족X멜로’ 속에서 매력이 넘치는 지진희를 바라보며 ‘지진희를 너무 몰랐네’ 하며 웃음 짓게 된다.
사진=JTBC
그러나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게 무진이 아직 숨기고 있는 비밀이 너무 많아서다. 무슨 수로 건물주가 될 만큼 큰돈을 벌었는지, 기존 건물주를 숨지게 한 화재의 방화범이 정말 무진인지, 조폭 같은 팔뚝 문신은 왜 했는지, 301호 안정인(양조아)과는 과거에 어떤 관계였는지 등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은밀하게 숨기는 게 많다는 점에서 구린 게 있긴 있나 보다 하게 되며 시청자들의 마음이 영 찜찜한 중이다.
지진희의 호쾌한 매력에 손뼉을 치다가도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없다. 지금껏 수상했던 남편 캐릭터들의 진면모에 뒷머리를 얻어맞은 시청자들이 또 다시 절망하는 일이 없기를, 부디 지진희가 그런 실망감을 주지 않기를 기대하면서도, 지진희도 ‘미스티’ 등에서 결국 진범으로 드러나는 등 대중의 기대에 어긋나는 결말을 보이기도 했으니 방심하지 말자 하며 마음을 부여잡게 된다.
변무진의 본모습이 드러났을 때 부디 시청자들이 수긍하고 흡족할 수 있길 기대하게 된다. 다시 한 번 코믹한 가족드라마라는 장르에 믿음과 기대감을 걸게 되고, 지진희가 모두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유쾌한 상남자가 될 수 있길 기대를 높이게 된다. 아직은 밝혀지지 않은 지진희의 정체에 드라마의 운명이 달려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