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한일 강제 병합조약은 원천무효"…광복회 "환영"

"국민 의사 반해 강압적 체결…무효" 기존 입장 재확인
광복회 "정부 입장 반하는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해야"

조태열 외교부 장관. /사진=뉴시스

외교부가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국권 침탈이 원천 무효라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광복회가 한일 강제 병합조약에 대한 정부 해석을 요청한 지 하루 만이다. 광복회는 외교부 입장에 환영하며 "일제시기 우리 국적은 일본"이라고 주장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외교부는 23일 "한일 강제 병합조약은 우리 국민의 의사에 반해 강압적으로 체결됐다"며 "정부는 조약이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입장을 그간 일관되게 유지해 왔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광복회에 전달했다.

광복회는 지난 22일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한일기본조약)'의 제2조 규정에 대한 현 정부의 해석을 묻는 서한을 보냈다. 해당 조약에는 '1910년 8월22일(한일합병조약)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명시돼 있다.

외교부는 "한일기본조약 제2조 규정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은 1965년 7월5일 대한민국 정부에서 발간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조약 및 협정 해설'에서 관련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설서에는 "한일합병조약과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협정·의정서 등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국가 간의 합의문서는 모두 무효이며, 정부 간 체결된 것이든 황제 간 체결된 것이든 무효이다"고 적혀있다.

해설서는 이어 "무효의 시기에 관해서는 무효(Null and Void)라는 용어 자체가 국제법상의 관용구로서는 '무효'를 가장 강하게 표시하는 문구이며, 당초부터 효력이 발생되지 않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 규정(한일기본조약 제2조)은 양국 간 불행했던 과거 관계의 청산을 뜻하는 가장 특징적인 규정이다"고 설명했다.

광복회는 "그동안 정부는 건국절 논란에 대해 소극적이고 모호한 대응으로 일관해왔으나, 이번에 외교부가 일제지배 원천무효를 국민 앞에 공식 확인함으로써 대한민국 정통성과 정체성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외교부 답변을 환영했다.


광복회는 이와 함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임명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광복회는 "'일제시기 우리 국적은 일본'이라는 외교부 입장과 배치된 주장을 한 김 관장의 임명은 지금이라도 철회돼야 한다"며 "대통령실이 이에 상응하는 '국민이 신뢰할 만한 조치'를 취해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