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동결' 두고 한숨 푹푹 쉬는 당정…한은은 "영향 안 받는다"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24.08.24 06:41
글자크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13차례 연속 금리동결을 두고 정부가 볼멘소리를 내놓은데 대해 한국은행이 표정관리에 나섰다. 그러면서 외부의 평가가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지난 22일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실의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어느 측면을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많은 기관이 서로 다른 의견으로 저희를 평가해 주시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은은 그런 견해들을 취합해서 듣고 내부 토론을 통해 (금리를) 결정한다"며 "내부에서도 의견이 한 방향으로 일치되는 것은 아니고 어디에 무게를 두는지에 따라 의견이 나뉜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통령실은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하자 "내수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며 별도의 평가를 내놨다. 물가가 뚜렷한 둔화세를 나타내는 상황에서 내수 진작을 위해 금리를 내렸어야 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여당도 잇따라 입장을 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금통위 다음날인 2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내수진작 차원에서 봤을 때 약간의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소상공인이 느끼는 내수 부진 현상 등 현실적인 고려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판단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결정은 중앙은행의 고유한 임무다. 독립성을 법으로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정부와 여당의 입장 표명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 지적이 이어지자 대통령실은 다음날 "오히려 독립성이 있으니까 금리 동결이 '아쉽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한은은 '경제성장'과 '금융안정' 중 어느 부분에 무게를 두는지에 따라 견해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외부의 평가에 대해서도 서로 추구하는 목표가 상충되기 때문에 입장이 다를 수 있다며 에둘러 표현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금통위에서 금리를 결정할 때는 가장 최신의 데이터로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데 가계부채 문제가 좀 더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성장률 전망을 낮추면서 내수가 안좋다는 점도 인정했고 부진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같은 외부 평가가 금리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고위 관계자는 "한사람이 금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금통위원이 논의하기 때문에 외부 평가에 영향을 받는 것은 없다"며 "금통위 이전부터 금리인하 언급이 많았는데 영향을 받았다면 만장일치 결정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든 다른 기관이든 의견 제시를 할 수 있다"며 "정부는 영세업자와 취악계층 소비 위축을 걱정하기 때문에 의견을 낸 것이고 반대로 한은도 돌봄서비스나 농산물 수입 등 정책 제안을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금통위가 열리기 전부터 직간접적으로 금리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6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에서 "금리는 아직도 높지만 희망적으로 보면 내려갈 방향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한은의 금리인하 실기론을 지적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 8일 "5월부터 금리를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이미 그 시점을 지났다"며 "8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