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고시엔(甲子園)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교토국제고에 윤석열 대통령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이 연이어 축하 메시지를 보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서울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열린 '메이저리거 참여 어린이 야구교실'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수들과 유소년 야구 선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야구공을 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교토국제고는 23일 오전 10시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간토다이이치고와 고시엔 결승전에서 연장 접접 끝에 2대1로 승리했다. 1915년 시작돼 올해로 106회를 맞은 여름 고시엔에서 외국계 학교의 우승은 역사상 처음이다. 경기 후에는 고시엔 전통에 따라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졌고 이 장면은 일본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역에 생중계됐다. 야구부 61명 중 한국계는 3명에 불과하지만 모든 선수가 "동해바다 "거룩한 우리 조상" "대한의 자손" 등의 한국어 교가를 제창했다.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교 학생들이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교토국제고교와 간토다이이치고교 결승전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2-1로 승리를 거두고 환호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교토조선중은 1958년 교토한국학원으로 변신했지만 일본에서 정식 학교 대접을 받지 못했다. 1999년엔 학생 수가 줄고 재정난이 겹치면서 폐교 위기까지 겪었다고 한다. 당시부터 일본인 입학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꿨고 정원 확보를 위해 야구부를 창단했다.
그로부터 4년 뒤인 2003년 일본 정부의 정식학교 인가를 받아 현재의 교토국제학원 모습이 갖춰졌다. 교토국제학원은 교토국제중고로 나뉘며 현재 전교생은 159명에 불과하다. 교토국제고 전교생 138명 중 야구부가 61명이다. 작은 규모에도 야구부 창단 25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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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국제고 교장 "한일 우호증진에 작은 힘 되길"…윤 대통령 "야구 통해 한일 가까워졌으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야구장에서 열린 메이저리거 참여 어린이 야구교실을 방문해 아이들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백승환 교토국제고 교장은 전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이번 결승전을 통해 한국계 학교로서 정말 작은 힘이나마 미래 발전적 한일 우호증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우승해 재학생들이 선수로서 성장하고 학교가 발전하고 재일동포 사회에 감동을 드리겠다"고 했다.
조태열 장관은 이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교토국제고는 한일 양국 간 화합의 상징이자 우정의 가교"라면서 "이번 우승은 선수 여러분과 감독·코치의 땀과 열정으로 거둔 쾌거이자 교직원과 동포사회가 보여준 뜨거운 성원의 결과"라고 축하했다.
윤 대통령도 "열악한 여건에서 이뤄낸 기적 같은 쾌거는 재일동포들에게 자긍심과 용기를 안겨줬다"며 "야구를 통해 한일 양국이 더욱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역시 야구는 위대합니다. 많은 감동을 만들어 내니까요"라고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당을 초월한 축하의 메시지가 나왔다. 윤 대통령을 향해 '친일' 공세를 이어온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고시엔에서 우승한 교토국제고와 김성근 감동이 이끄는 최강야구팀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싶다"고 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눈물로 축하드린다"고도 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교토국제고의 우승은 꿈과 미래를 향해 열정을 불태우는 젊은이들이 쏘아올린 한일관계의 새로운 서사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