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택연(왼쪽)이 21일 삼성전 팀 승리를 지켜내는 세이브를 거둔 뒤 이승엽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19세 고졸 루키 김택연(두산 베어스)이 단 52경기 만에 거둔 성과다.
김택연은 지난 21일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시즌 14차전에서 9회말 등판해 시즌 16번째 세이브를 수확했다. KBO 역대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타이 기록을 세웠다.
올 시즌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택연은 전지훈련 때부터 '완성형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범경기에서도 완벽한 면모를 보인 김택연은 개막전부터 2실점하는 등 흔들리며 빠르게 2군에 한 차례 다녀왔으나 이후부터 흠 잡을 데 없는 두산의 핵심 불펜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21일 삼성전 역투하고 있는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이 감독이 김택연에게 더 놀라는 건 전혀 신인답지 않은 면모다. 앞서 "19세가 아닌 29세, 39세 선수 같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김택연의 담대함 때문이다. 흔들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첫 시련을 딛고 팀의 필승조로 도약했고 지난 18일 KT 위즈전에서도 3개월여 만에 시즌 2번째 피홈런을 기록했으나 21일 흔들림 없이 다시 세이브를 따내며 이 감독을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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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 등판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았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은 선배들 눈치도 보고 의기소침해 하는데 전혀 그런 기색 없이 (평소와) 똑같은 루틴으로 경기를 준비하는 걸 보고 심장도 굉장히 커보였다"고 감탄했다.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경기 운영 능력도 놀랍다. 이 감독은 "주자가 없으면 약간 조절을 해서 던진다"며 "주자가 나가면 스피드가 3~4㎞ 정도 빨라진다. 그 정도로 강약 조절도 되고 마음도 굉장히 여유도 있는 것 같다. 지금 좋은 투구를 보여주고 있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통산 427세이브로 역대 이 부문 1위에 빛나는 오승환이다.
돌같이 묵직한 속구와 그로 인해 더 위력을 발휘하는 슬라이더를 무기로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을 가졌다는 점에서도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통산 427세이브로 역대 이 부문 1위에 빛나는 오승환(42)이다.
김택연의 투구 동작.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세이브 기록은 김택연이 곧 넘어설 것으로 보이지만 결코 오승환의 첫 시즌 임팩트를 넘어설 수 없을 정도로 오승환의 루키 시즌은 압도적이었다.
다만 너무도 닮은 둘이기에 김택연의 행보에 더 눈길이 쏠린다. 신인상은 사실상 예약해둔 상황이고 그 다음은 가을야구 무대가 남았다. 오승환은 그해 한국시리즈에서도 3경기에서 1승 2세이브를 수확하고 시리즈 MVP까지 거머쥐며 화려한 전설의 시작을 알렸다.
여전히 오승환은 27세이브로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는데 최근 부침을 겪은 뒤 2군에서 구위를 회복 중이다. 그 사이 김택연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KBO의 역사를 쓴 살아 있는 전설과 앞으로 새 역사를 써나갈 새싹이 경쟁하는 구도가 퍽 흥미롭다.
물론 김택연도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더 멀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당장 올 시즌부터 잘 마쳐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택연은 "기록을 달성하려면 안 아픈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몸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타이틀에 대해서는 시즌 전 목표는 세워뒀지만 그에 앞서 해야 할 게 너무나 중요하다. 안 다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신인상은) 최대한 의식을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더 바랄 게 없다'는 이승엽 감독도 김택연에게 원하는 걸 굳이 꼽자면 단 하나였다. "그저 부상 없이 시즌 끝까지 남은 경기를 완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두산은 23일부터 잠실구장에서 한화 이글스를 만난다. 김택연은 한화전 6경기에서 6⅔이닝 동안 탈삼진을 11개나 기록하며 1승 1세이브 ERA 1.35로 강력한 면모를 뽐냈다. 김택연의 고졸 루키 최다 세이브 기록이 한화와 3연전에서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세이브를 수확한 김택연(오른쪽)이 포수 양의지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