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보안법 속도' 美 바이오, 자체 CDMO 강화…"韓 기업 레퍼런스 확대해야"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2024.08.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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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시장 규모. /사진=윤선정 디자인기자글로벌 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시장 규모. /사진=윤선정 디자인기자


미국의 '중국 바이오 옥죄기'가 본격화되면서 인도와 유럽·한국 등 CDMO(위탁개발생산) 업체가 대체안으로 거론된다. 미국 업계에선 자체 제조 역량을 강화해야 한단 내부적 목소리도 나오는 가운데, 한국의 실질적 수혜를 위해서는 레퍼런스 확대와 단가 경쟁력 등 업체별 뚜렷한 강점이 필요하단 의견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의회가 중국 바이오 기업과 거래를 제한하는 목적으로 입법화를 추진 중인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의 연내 통과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업계에선 API(원료의약품) 자체 제조 역량을 강화해야 한단 반응이 나온다. 자국 기업이 중국과 인도 등 해외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 제조 업체에 과도하게 의존, 경쟁력 확보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 바이오 기술 혁신기구(BIO)의 현지 소규모 바이오텍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 중 65%가 중국 기반 CDMO와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업계는 의존도가 높은 중국 CDMO와 갑작스러운 관계 단절이 의약품 공급망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체안으로 인도가 언급되지만, 항암제·ADHD 치료제 및 일부 진통제 등 성분은 여전히 중국 업체를 통해야 해서다. 미국 통상 분야 비영리 기구 '미국 번영 연합'(CPA)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약 70%의 API를 중국 업체에서 수입 중이다. 인도 주요 제네릭 공급 업체 아우로빈도 파마는 원재료의 55%를 중국에서 공급받고 있다.

이에 미국 기업 내부적으로 자체 역량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바이오 스타트업 카프라 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7월 미국 정부의 '바이오맵(BioMap) 컨소시엄'으로부터 받은 750만달러(약 100억원)의 자금을 바이오리액터 플랫폼 개발 등 API 제조 능력 확대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오맵 컨소시엄은 자국 바이오산업 역량 강화 및 의약품 생산량 확대를 위해 미국 정부에서 지원하는 컨소시엄이다. 앞서 지난 3월엔 현지 제약사 마크 큐반 코스트 플러스 드럭 컴퍼니가 텍사스에서 자체 의약품 제조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고, 일라이릴리는 지난 5월 자사 인디애나주 API 제조 공장 관련 투자를 900만달러(약 120억원)로 기존보다 2배 늘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가운데 한국은 미·중 바이오 갈등의 중장기적 수혜국으로 거론돼 왔다. 실제 대표 CDMO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 (990,000원 ▲19,000 +1.96%)는 생물보안법 추진 이후 수주 문의가 2배 이상 뛰었다. 가장 최근 에스티팜 (101,800원 ▲2,900 +2.93%)은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 중 한 곳과 연간 수조원 매출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 신약의 저분자 화학합성 API 공급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당 API는 그간 중국 업체가 공급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국 역량을 강화하는 미국을 비롯해, 일본·유럽·인도 등 여러 옵션이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만의 강점이 도드라지진 않는 상황이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전무)은 "미국 우방국으로 분류되는 국가 내 의약품 CDMO 기업이라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지만, 다른 국가 업체와 비교했을 때 한국 기업만이 가진 특장점이 뚜렷하진 않다"며 "다양한 레퍼런스를 보유한 선발주자 기업을 중심으로 당분간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후발주자 업체의 경우 단가 경쟁력을 강조해 시장을 뚫으려는 움직임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중국 기업을 배제하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우리에게 기회가 되는 상황인 건 맞다"며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다른 국가 기업들도 앞으로 중국 CDMO사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할 것으로 생각한다. 대량 및 소량 생산 시스템과 단가 등 개별 기업에 맞는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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