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젠텍 연구장비 관련 할부리스 규모/그래픽=김다나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캐피탈, 우리금융캐피탈, KG캐피탈, 우리카드 등 4개사가 내준 600억원대 규모의 할부·리스에서 부실이 발생했다. 4개사 중 하나캐피탈이 400여억원으로 가장 많은 대출을 내줬고 △우리금융캐피탈 80여억원 △KG캐피탈 80여억원 △우리카드 40여억원 등이다.
하지만 수개월 전부터 대출이 연체됐다. 금융사는 "정부가 연구비를 줄여서 일시적으로 상환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차주들의 해명을 믿고 이자유예·만기연장 등의 조치를 취했다. 금융사들이 실태 파악에 나선 건 물품대금이 들어간 셀젠텍이 대표이사 횡령을 공시한 뒤였다. 코넥스 상장사인 셀젠텍은 지난달초 당시 각자대표이사 중 한명이 240여억원을 횡령했다고 공시했고 현재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중이다.
금융사가 대출심사를 소홀히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사의 내구재 할부·리스 취급 품목은 스크린골프·자판기·마사지기 등으로 다양하지만 연구장비처럼 범용성이 적은 물품을 취급하는 경우는 드물다. 연구장비를 취급하더라도 차주는 개인이 아니라 보통 대학이나 병원 등 법인이다. 교수 개인이 연구를 위해 수십억원어치 연구장비를 사들이고 국가로부터 돈을 받아 대출을 메우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하나캐피탈 관계자는 "대규모 연체가 발생했기 때문에 회수작업과 동시에 법적 조치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며 "상환 의지를 표명한 차주는 이자유예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지만 갚을 여력이 안된다고 한 차주를 대상으로는 강제집행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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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도 대규모 부실을 인지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련 회사들이 자체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교수들이 직접 대출을 실행했다는 걸 인정하고 있는 만큼 불법대출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한 사항은 자체감사 내용을 받아보고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