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대출 공론화하자…우리금융, 부랴부랴 '배임고소'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24.08.23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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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최근 대형 금융사고 발생 현황/그래픽=임종철우리은행, 최근 대형 금융사고 발생 현황/그래픽=임종철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우리은행이 사태수습 과정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리은행 측은 여신업무 소홀로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금감원이 공론화한 직후 수사당국에 '배임혐의'로 고발해서다. 배임혐의는 관련 규정상 금감원 보고사항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우리금융 행태를 더는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지적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22일 손 전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 우리은행 측의 대응방식을 두고 "여러 건의 금융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대형 금융회사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대처방식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과 5월 사고와 관련해 1차검사, 심화검사를 진행하고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1차검사에서 "신용평가와 여신심사 소홀로 인한 문제로 판단해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뚜렷한 불법행위도 발견되지 않아 수사의뢰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라고 비판한다. 우리은행이 지난 9일 오후 늦게 경찰에 사문서위조 및 배임혐의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배임혐의는 금융사고에 해당해 '금융기관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시행세칙'에 따라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특히 심사소홀에서 배임혐의로 입장을 바꾼 시점이 논란이다. 금감원이 수시검사 결과(잠정)를 언론에 배포한 같은 날 오후 늦게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금융당국은 파악한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면 진작 수사를 의뢰하고 당국에도 보고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부랴부랴 수사를 의뢰한 배경에 여러 해석이 나온다. 사문서위조, 배임혐의로 고소하면 '개인의 일탈'로 사안을 축소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별도로 사문서위조 혐의로 차주 등을 고발했다. 이 원장이 금융지주 회장의 '제왕적 권한'이라고 언급한 만큼 우리금융이 조만간 제출할 '책무구조도' 세부내용에도 금융당국은 주목한다. 금융권은 내년부터 책무구조도를 시행한다. CEO(최고경영자)와 임원진의 내부통제 관리책임 범위를 사전에 정해놓고 위반시 책임자가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금융지주와 은행 책무구조도는 직접 연결은 되지 않지만 각각 제출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지주는 계열사 내부통제와 위험관리에 포괄적인 경영상 책임이 있다"며 "은행, 증권 등 계열사간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심각한 수준의 내부통제 문제는 지주 회장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당국이 사전적으로 책임의 범위와 내용을 정할 수는 없지만 은행, 지주가 시범운영 과정에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면 지주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이 적정하게 지워졌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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