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0.1%p 낮췄다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세종=정현수 기자, 민동훈 기자 2024.08.2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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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률 둔화세와 내수의 더딘 회복세에도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등 고려
대통령실에선 이례적으로 "아쉽다" 반응

기준 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가 2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진행된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임한별(머니S)기준 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가 2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진행된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임한별(머니S)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2월부터 13차례 연속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대통령실은 금통위 결정에 이례적으로 "내수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p(포인트) 하향조정했다.

한은 금통위는 2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동결했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움직임, 안정세를 찾고 있는 물가 상황 등을 감안할 때 금리인하 소수의견 정도는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금통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는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내수 회복세가 더디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및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 변화가 수도권 주택가격, 가계부채, 외환시장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물가와 내수 상황을 봤을 땐 기준금리 인하 여건은 조성됐다. 금통위는 이날 배포한 결정문에서 "물가는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지속했다"며 "앞으로도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은 통상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펼친다. 반면 물가가 안정되면 기준금리를 내릴 여력이 생긴다.



내수 부진에 맞설 카드 중 하나도 기준금리 인하다. 금통위도 "수출 호조가 이어졌지만 소비가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올해 2분기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이 전분기말 대비 16조원 늘어나는 등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세의 악순환이 발목을 잡았다. 기준금리를 낮추면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총재는 "현재 금통위원들은 한은이 과도하게 유동성을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부추기는 통화정책을 운용하진 않겠다고 명확히 하고 있다"며 "기준금리가 예전 0.5% 수준으로 빠르게 내려 '영끌'했을 때 부담이 적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정부에선 이례적인 반응이 나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권한이지만, 내수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내수진작을 꾀하는 게 정부의 고유업무지만, 정부 관계자가 기준금리 결정에 반응을 내놓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공교롭게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4%로 낮췄다. 이는 정부 전망치인 2.6%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의 2.5%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은은 3개월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는다. 다만 확대해석은 경계했다. 성장흐름 자체가 바뀐 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 총재는 "1분기 성장에 일시적 요인의 영향이 예상보다 컸던 것으로 평가했고, 향후 기조적인 성장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봤다"며 "(3개월 전)상향조정했던 게 과도한 면이 있어서 기술적으로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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