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코인 측의 홍채 인식기기인 오브(Orb) 앞에서 사용자들이 줄을 선 모습(월드코인 홈페이지 캡처). 월드코인은 월드코인 앱을 다운받은 이들이 오브에서 자신의 홍채정보를 제공하면 그 대가로 코인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홍채 정보를 수집했다. 이에 한국 등 12개국에서 월드코인의 위법성을 조사하거나 운영을 중단하도록 하는 등 제재에 착수한 상황이다. / 사진=월드코인 홈페이지 캡쳐
22일 월드코인 초기 개발을 주도하고 월드앱을 운영하는 TFH는 한국 내에서 월드ID(아이디)를 보유한 회원 11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5.7%가 '은행 업무나 의료 서비스, 기기 로그인을 위해 지문 스캔, 홍채 스캔, 얼굴 인식 등 생체인식 기술을 사용하는 게 편안(매우 편안함, 편안함 포함)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또 응답자들은 생체인식 기술을 신뢰·선호하고 AI(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인지 여부를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TFH는 전했다.
TFH가 운영하는 월드코인은 홍채정보를 제공받는 대가로 코인을 나눠주는 곳이다. 하지만 생체정보 무단 수집 의혹으로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 12개국에서 제재 대상이 됐다. 이날 설문조사결과 발표가 국내 당국의 제재를 앞두고 여론전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조윤상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인평)는 "이번 여론조사에 참여한 1100여명의 월드ID 보유자들은 이미 월드코인과 같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응답자들"이라며 "특히 생체정보와 같은 민감 정보를 처리하는 월드코인 측의 설문조사 결과는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국내 개인정보 보호법령이나 유럽의 GDPR(일반정보보호 규정) 등은 정보주체가 동의대상 내용에 대해 얼마나 실질적으로 이해했는지 중요시한다"며 "홍채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이용범위는 어떻게 제한되는지 등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된 설명·동의절차가 이뤄졌을지가 제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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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홍채 등 생체정보는 여타 개인정보들과 달리 변경이 불가능한 정보로 악용되거나 유출됐을 때의 부작용이 매우 크다"며 "다른 개인정보보다도 악용이나 부작용의 위험이 훨씬 큰 생체정보 특성상 보다 진화된 규제 프레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월드코인은 출시된 지 1년여만에 전 세계 160여개국에서 650만명에게 월드ID를 발급했다. 월드코인 앱을 다운로드받은 후 홍채 인식을 위한 오브(Orb, 구체) 형태의 기기를 통해 홍채 정보를 제공하면 월드코인을 받는다. 국내에서도 홍채 인식기가 설치됐다가 개인정보 논란이 일면서 한 때 철수됐으나 월드코인 홈페이지에는 서울 용산·마포·강남, 경기 성남 판교 등 9곳의 오브 설치 구역이 기재돼 있다.
오픈AI CEO(최고경영자)인 샘 올트먼(Sam Altman)이 월드코인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점 때문에 월드코인이 전 세계인의 홍채정보를 AI 학습에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월드코인 측은 이용자들이 제공한 홍채 정보가 개인 식별 과정에만 활용될 뿐 AI 모델 학습에 쓰이거나 외부에 판매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이같은 우려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월드코인에 대한 제재에 착수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최소 12곳에 이른다. 홍콩 당국은 월드코인을 압수수색해 위법성 여부를 조사중이고 스페인·포르투갈은 월드코인 운영을 중단시켰다.
/자료제공=TFH
/자료제공=TF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