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회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13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한국 최고의 기후과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허창회 이화여자대학교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석좌교수는 지난 13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구온난화가 한반도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금은 이전에도 있던 이상기후가 좀 더 자주 나타나는 정도"라며 "길게 잡아도 2040년 혹은 2050년 이후부터는 이상기후가 일상화될 것"이라 했다.
주로 거시적인 주제를 연구하던 그가 미시적 사건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도 2022년 8월 강남 일대에 침수 피해를 불러 온 극한호우다. 그 달 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500㎜에 이르는 비가 내렸다. 특히, 동작구에 기상관측 후 최대인 시간당 141㎜의 폭우가 쏟아진 기록 역시 그날 발생했다. 운전이 어려워지는 비의 양이 시간당 30㎜ 정도인 걸 고려하면 시간당 100㎜대의 비는 '재난'을 초래할 수 있는 비다.
지난 30년간 서울 지역 7월 기온/그래픽=윤선정
온난화→대기 중 수증기 증가 한반도 기후 바꿔…여름 갈수록 더 더워져 이런 폭우 등의 이상기후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를 묻자 허 교수는 사후분석이 더 필요하다면서도 "가장 큰 원인은 대기 중 수증기가 늘어났다는 점"이라 했다. 수증기 증가가 지구온난화의 영향이기 때문에 온난화가 바뀐 강수패턴의 핵심 원인 중 하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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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가 증가해 지표면이 가열되고 대기의 온도가 높아지면 대기에서 단위 부피당 저장할 수 있는 수증기가 늘어난다. 수증기는 이산화탄소의 7~8배에 상응하는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대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품게 되면서 더 더워지는 순환이 만들어진다. 이전엔 수년에 한번쯤 발생했던 수준의 폭우가 일년에 여러번 국지적으로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에 대기 중 수증기 증가가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허 교수는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과거에는 그리 많지 않았는데 빈번해지고 있다는 게 걱정된다"고 했다.
폭염 역시 일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허 교수에 따르면 과거 80여 년간 한반도 평균기온에 변화가 없었으나, 1990년 즈음에 갑자기 온도 상승이 나타났고, 이후 여름철 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자료에 따르면, 기록적인 폭염으로 기억되는 1994년 여름(6~8월) 서울의 평균기온이 27.6℃였는데, 2010년대 이후에는 평균기온이 27℃가 넘는 여름이 2012년, 2013년, 2016년, 2018년, 2019년, 2023년 찾아 왔다. 약 30년 전 이례적이었던 더위가 최근 10여년새에 빈번해진 것.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말복을 하루 앞두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횡단보도에서 한 여성이 겉옷으로 얼굴을 감싼 채 걷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이날 발표한 '폭염 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주요 25개 지역에서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으로 오른 일수를 분석한 결과 강도 높은 폭염이 최근 10년간(2014~2023) 연평균 5.11일 발생해 앞선 10년간(2004~2013, 2.10일)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피스는 "폭염의 빈도·지속도·강 /사진=(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허 교수는 한반도 여름 평균기온이 2040년대 정도의 가까운 미래에는 현재보다 0.9℃가량, 2070년대의 먼 미래는 2.5℃ 더 상승할 거라 예측한다. 최근 몇년간 여름 평균기온의 가장 높은 값이 약 30년 후에는 가장 낮은 평균값이 될 거란 관측이다. 가까운 미래의 폭염 피해 사망률은 현재보다 약 2배, 먼 미래의 사망률은 현재보다 5~7배 더 높아질 거란 예측도 동반됐다.
허 교수는 "온난화가 앞으로 수십년간 끼칠 영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지구의 이산화탄소는 산업혁명 이후 현재 이전 수준의 1.5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산업혁명 전 280ppmv(부피기준 해당 기체가 공기의 100만분 중 차지하는 비중)로 유지되던 이산화탄소양이 지난해 4월 기준 424ppmv를 기록했다. 매해 1%씩 늘어난 셈이다. 이산화탄소가 이미 늘어난 데 따른 여파로서의 기후변화는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다. 허 교수는 "이제 재난에 대비하고 바뀐 기후시스템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며 "다만 지금 최선의 노력을 하면 두 세대 이후에는 더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는 있을 것"이라 했다.
※허창회 교수는
△2024~이화여자대학교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석좌교수 △2022년~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1998~2023년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1994~1997년 미국 나사 고다드우주비행센터 연구원 △1986~1994년 서울대학교 대기과학과 학사·석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