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선임회계사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은 세법 고유의 증여 개념을 두고 있다. 직간접으로 타인에게 무상으로 재산 또는 이익을 이전하거나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면 증여에 해당한다. 증여의 개념에 부합하는 이상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을 것인데 왜 사람들은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각종 기법을 찾아다니고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계속해서 법령을 개정하는 것일까. 증여의 개념만으론 증여세를 과세하기 어려운 것일까.
증여세 역시 조세법률주의 적용 대상이다. 2003년 12월30일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된 상증세법은 변칙적인 상속·증여에 대응하기 위해 세법 고유의 증여 개념을 두고 종전 증여의제 규정을 가액산정 규정으로 전환하는 등 증여세 포괄주의 과세제도를 도입했다. 대신 종전 증여의제 규정에서 규율한 과세요건과 관련된 내용을 가액산정 규정에 그대로 남겨둠으로써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자 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어떤 거래·행위가 증여의 개념에 부합하면 원칙적으로 증여세 과세가 가능하지만 개별 가액산정 규정에서 규율한 거래·행위 중 증여세 과세대상이나 과세범위에서 제외된 거래·행위에 대해서는 비록 증여의 개념에 들어맞더라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3두13266판결). 그후 2015년 12월15일 법률 제13557호로 개정된 상증세법은 개별 가액산정 규정에서 열거된 거래와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경우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증여세 포괄주의를 강화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개별 가액산정 규정 적용 시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 거래 또는 행위에 대해 개정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6호를 근거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침해한다고 봤다(대법원 2021두44951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