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계약한 거 잘 봐" 강에 어린이 밀어 '풍덩'…'그날' 기억에 효과 있다?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2024.08.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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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곰국] 덴마크 오르후스대 연구팀, '시냅스가소성' 통한 기억력 향상법 실마리 찾아

편집자주 곰국과 논문의 공통점은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내놓는 결과라는 점입니다. 누구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포장한 게 '3분 요리'라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정리한 게 '3분 곰국(거꾸로 읽어보세요)'입니다

오르후스대 연구팀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억하고자 하는 경험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건도 해당 경험을 장기적인 기억으로 변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오르후스대 연구팀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억하고자 하는 경험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건도 해당 경험을 장기적인 기억으로 변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양 중세 설화에는 결혼식, 집 계약 등 중요 사건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당시 사람들이 사용한 방법이 등장한다. 어린이에게 계약 현장을 목격하게 뒤 곧바로 강가로 밀어버리는 것. 강물에 떨어지며 받은 충격에 의해 어린이는 '그날'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게 된다. 비록 계약 자체와는 아무 상관 없어보이는 기억이지만 이에 따라 그 어린이는 가장 확실한 증인이 된다.

덴마크 오르후스대 신경과학연구소 연구팀이 최근 국제 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억하려는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건도 해당 사건을 장기적인 기억으로 변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사건이 발생한 시점보다 미래에 일어난 또 다른 사건에 의해 과거의 기억이 당시보다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경세포들은 끊임없이 전기적·화학적 신호를 주고 받는다. 이때 세포들의 신호가 전달되는 접합 부위가 '시냅스'다. 시냅스를 통해 사람이 학습한 내용과 경험도 전달된다. 시냅스의 전달 강도는 때에 따라 강해지기도 약해지기도 한다. 중간에 소멸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냅스가 생성되기도 한다. 이처럼 유연한 특성을 '시냅스가소성(synaptic plasticity)'이라고 부른다.

신경과학자들은 이러한 시냅스가소성을 사람의 기억을 좌우하는 핵심 특성으로 본다. 특히 시냅스의 연결 강도가 강해질수록 전달 효율이 높아져 어떤 경험을 장기적으로 기억하는 능력에 도움을 준다고 추정한다.



연구팀은 시냅스가소성을 연구하던 중 시냅스의 연결 강도가 서로 동떨어진 두 개의 사건에 의해서도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실험 쥐의 편도체에 빛 자극을 준 후, 최대 24시간까지 시간 간격을 두고 추가 자극을 줬다. 후속 자극이 첫 번째 자극을 처리하는 시냅스의 연결 강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본 결과, 자극이 이어질수록 첫 번째 자극의 시냅스 연결 강도도 강해졌다. 자극을 받은 순간보다 연결 강도가 높아지며 첫 번째 자극은 장기 기억으로 저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금까지 시냅스가소성은 해당 시냅스에 경험이 입력된 시점에만 강화하거나 약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연구팀은 "시냅스의 연결 강도는 경험이 최초 입력된 시간과 상관없이 변할 수 있다는 뜻 "이라며 "동시간대 발생하지 않아 독립적으로 보이는 사건들도, 각 사건에 대한 기억이 장기화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냅스 연결 강도가 약하게 형성됐던 과거의 기억도 추후 자극을 통해 강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기억력 장애 등 인지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학습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킬 치료법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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