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김우진 등 선수들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뒷줄 왼쪽 첫번째가 양창훈 여자 대표팀 감독이다. 2024.08.06. /사진=고범준
'어디서 봤더라' 눈길이 갔던 이는 여자양궁 양창훈 감독이었다. 정확히는 10대 시절부터 천재궁사로 불렸던 그가 30 ~ 40여년간 여전히 지도자로 굵직한 업적을 이어가고 있는 이력과 양궁의 선수와 지도자 양성(기업으로 따지면 인사철학쯤 될 듯), 리더십 등이 궁금해졌다. 한국 스포츠의 르네상스기로 불렸던 80 ~ 90년대에는 다양한 종목들이 만개했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출범에 이어 농구, 배구, 탁구, 씨름 등등. 양궁이 국제대회에서 굵직한 성적을 낸 것도 80년대 초반 전후였다. 남자양궁의 파이팅맨 김제덕의 어린시절이 스민 경북 예천의 선배 신궁 김진호(1984년 LA올림픽 여자양궁 동메달)가 나갔다하면 세계대회 금메달을 따는 것이 당연시되던 것도 그 즈음이었다.
양궁 외에도 여러 종목에서 감독, 코치 해외 진출이 있지만 국내 재안착이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각 종목별 특색이 있고 협회의 입김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적어도 양궁에서는 예외였다. 협회의 '공정' 선발원칙으로 규정과 실력에 따라 대표선수와 지도자를 선발하니 스포츠뿐만 아니라 전 사회에 만연한 파벌이 생기지 않게 된 것이다. 최다 메달 수확이라는 이번 올림픽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불만이 나올 때마다 양궁협회처럼 운영해줬으면 한다는 희망이 쏟아진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저개발국에서 중진국이 된 사실을 뛰어넘어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고 선진국으로까지 발돋움했다며 "성장의 슈퍼스타"라고 지칭한 한국의 성공스토리가 고스란히 담긴 것도 양궁과 양창훈의 개인사다. 현대차그룹의 사족보행 로봇개('스팟)이 연상되는 로봇 궁사와의 시합, 긴장완화의 해법 중 하나인 비대면 심박수 측정기, 현대차와 첨단소재기업 코오롱의 합작품으로 땡볕에도 열을 식혀준다는 선수모자 등 기술과 스포츠의 결합 사례가 줄을 잇는다.
파리올림픽에서 메달과 상관없이 최선을 다한 선수들 모두의 땀방울에 경의를 표한다. 참, 양창훈을 처음 접한 것은 떠올려보니 청소년잡지에서였다. 그와 함께 거기서 유망주로 소개됐던 또다른 종목 씨름의 소년장사는 모래판을 떠난 장년이 된 요즈음 고된 자영업자의 길을 걷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들 모두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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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민 에디터(부국장)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