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에게 총 616억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이 중 350억원이 대출 심사 등 적절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부적절하게 취급됐다. 대출 중 다수는 우리은행 본부장 A씨(전 선릉금융센터장)가 주도했다. A씨는 면직된 상태다.
임원급 직원과 금융사 회장의 친인척이 연루됐다는 점에서 '역대급 사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통상 배임이나 횡령 등 금융사고는 부장 이하 평직원들 사이에서 발생하던 일이기 때문에 본부장급 임원과 CEO(최고경영자)가 관련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라며 "특히 5대 금융그룹에서 재직했던 회장과 관련된 '특혜 대출' 시비가 불거진 것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지주 회장이 거론되는 특혜 대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당시 성세환 BNK금융회장 겸 부산은행장과 부산은행 부행장 등 임원 5명이 적절한 심사 없이 엘시티 시행사 측에 300억원을 대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적이 있다. 기존 엘시티 대출의 부실화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법원은 이런 이유로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은행권, 100억원 이상 금융사고 발생 현황/그래픽=김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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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과 수사당국에 협조해 추가로 발견된 위법·부당행위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스템상 대출 여신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CEO가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대형금융사고가 잇따른다. 우리은행 김해지점 대리급 직원이 지난해 9월부터 지난 5월까지 약 18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 됐다. 앞서 2022년에는 본점 기업개선부 차장급 직원이 700억원 가량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점 직원들의 수백억대 횡령 사고가 잇따른 데 이어 전 지주 회장의 친인척 관련자에 대한 대규모 부적정 대출까지 일어나 내부통제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은행권 전체적으로도 매년 금융사고 발생건수는 줄지만 사고금액 규모는 커지고 있다. 2022년부터 최근 3년간 은행권에서 벌어진 100억원 이상 금융사고는 총 9건으로 이중 올해에만 6건이 적발됐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100억원 이상 사고가 2건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은행권 금융사고가 더욱 치밀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바늘 도둑 대신 소도둑이 늘어나고 있는데 대형 금융사고는 회수율도 떨어지고 금융사에 미치는 악영향이 훨씬 크다"라며 "'한탕주의' 범죄를 막을 수 있도록 내부통제 강화는 물론 처벌 수위 강화 등 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