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바뀔 줄이야"…구축 아파트 포기한 '얼죽신' 떨고있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4.08.12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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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신고일 기준으로 총 6천150건으로 전달에 비해 18.6% 늘었다. 이 중 서울 지역 외 거주자가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사례가 총 1천396건으로 전달에 비해 31.3% 늘어나 2020년 12월(1천831건)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 지역의 모습. 2024.08.06.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신고일 기준으로 총 6천150건으로 전달에 비해 18.6% 늘었다. 이 중 서울 지역 외 거주자가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사례가 총 1천396건으로 전달에 비해 31.3% 늘어나 2020년 12월(1천831건)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 지역의 모습. 2024.08.06. [email protected] /사진=황준선


#. "재건축 아파트를 살걸 그랬나?". 지난달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신축 아파트를 '신고가'에 매수한 A씨(42)는 정부의 공급대책 발표 이후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A씨는 반포동에서 1980년대에 준공된 단지와 최근 지어진 단지를 저울질해왔다. 재건축은 기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들 것이란 판단에 신축아파트를 택했다. 최근 '얼죽신(얼어죽어도 신축)'이 트렌드라는 점도 그의 선택에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이 최근 발표된 공급대책의 한 축을 차지하는 것을 보고 A씨의 걱정이 커졌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8일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한 축은, 정부가 특례법인 가칭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을 만들어 현재 진행 중인 재건축·재개발 사업 속도를 높이기로 한 것이다.



특례법을 만들어 사업 절차를 간소화해 속도를 높이고 부담금을 줄여 수익성을 높여주는 게 골자다. 서울에서는 약 37만가구가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추진중이지만 최근 공사비가 크게 올라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사업추진 속도가 더뎌진 곳이 많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신축 선호 현상이 뚜렷해졌다. 입지가 같더라도 구축이냐 신축이냐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크고, 그 차이는 최근 더 크게 벌어지는 추세다.



신축 선호현상은 특히 서울 최상급지에서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 지하철 3호선 금호역에 인접한 서울 성동구 옥수동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2016년 준공)와 '금호두산'(1994년 준공)은 사실상 같은 입지에도 가격 차이가 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8억8000만원(5층)에 거래됐고, 지난 6월에는 19억2000만원(17층)에 거래됐다. 현재 호가는 가장 낮은 매물이 19억원(저층 제외)이다. '금호두산'은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10억9000만원(8층)에 거래됐다. 현재 이 면적 호가는 최저 11억원이다. 신축이냐 구축이냐에 따라 '국민평형' 기준 8억원 이상 차이나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가 재건축 촉진 카드를 꺼내면서 신축과 구축의 '갭(차이)'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비사업의 최대 용적률을 법적 상한 기준에서 30%포인트 올려주고,전용면적 85㎡ 이하 주택공급 의무비율을 폐지하기로 했는데 이렇게 되면 재건축 사업성이 높아진다. 재건축부담금도 폐지하기로 해 조합원들이 내야하는 분담금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면서 신축과 구축과 가격 차이가 더 벌어졌고, 신축 아파트를 매수하기에는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최근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져 '남는 게 없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정부가 나서서 기간을 단축해주고 부담을 줄여준다고 하면 재건축을 추진하는 구축 아파트의 입지가 좋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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