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인가 스캔들' 김하늘이 해본 적 없어 힘들었던 대사는? [인터뷰]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4.08.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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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의 여왕의 성공적인 첫 OTT 시리즈 나들이

김하늘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김하늘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름처럼 하늘의 청명한 기운을 가졌다. 뭉게구름 같은 둥글둥글한 미소에 내뱉는 말마다 시원하다. 사랑스럽게 나이 든다는 건 이 배우를 보고 하는 말 같았다. 주위에 전파하는 에너지가 무척 맑고 사랑스러워 절로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아이즈(IZE)는 지난 9일 디즈니+ 시리즈 ‘화인가 스캔들’(극본 최윤정, 연출 박홍균) 종영 기념 인터뷰를 위해 서울 종로구 팔판동 모 카페에서 배우 김하늘을 만났다.



'화인가 스캔들'은 대한민국 상위 재벌 1% 화인가의 상속 전쟁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 나우 재단 이사장 오완수(김하늘)와 그의 경호원 서도윤(정지훈)이 주변인의 의문스러운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는 드라마다. 이 작품은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 기준으로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4개국 디즈니+ TV쇼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며 흥행했다.

김하늘은 극 중 흙수저로 태어났지만 골프선수로 인생역전에 성공해 화인가의 며느리가 된 완수를 연기했다. 극 중 선수로서 완수의 위상은 박세리 그 이상이다. 골프 실력도 외모도 인성도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하지만 막장으로 전개되는 이 드라마에서 완수는 삶이 녹록지 않다. 남편은 결혼 생활 내내 불륜을 저지르고 자식마저 하늘로 먼저 떠나보냈다. 시댁 식구들도 그를 멸시하기 일쑤다. 하지만 김하늘이라는 배우가 가진 내공이 완수의 얼굴에 단단함을 틔웠다.



김하늘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김하늘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화인가 스캔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어느 정도 예상하셨나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실 거라고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어요. 작품을 선택할 때도 옛날 느낌이 나는 대본이어서 또래 분들은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세대나 해외 시청층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좋게 봐주셔서 좀 신기했어요. 이 작품하고 나서 인스타그램 팔로우도 늘고 해외 팬분들께서 편지도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화인가 스캔들’의 어떤 점에 끌려서 출연을 결정했나요?

“대본 받았을 때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옛날 식의 대사잖아요. 이런 대본은 오랜만이라 그 점이 신선하기도 했고요. 제 또래 감성이 있어요. 지금 친구들은 겪지 못한 옛날 감성이요. 제가 20대 중반이었을 때 이런 드라마가 인기가 많았어요. 저는 그때 이런 장르의 드라마를 해본 적이 없었어요. 항상 트렌디한 드라마를 주로 했는데 지금의 제게 이런 대본이 와서 오히려 새로웠어요.”



옛날 감성이 있는 작품이라서 그런지 작품 속 대사도 꽤 화제였어요.

“사실 ‘나랑 잘래’라는 대사가 좀 힘들었어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풍의 대사였거든요. 하지만 드라마 전개 상 이보다 나은 대사가 없었어요. 저는 주어진 상황에서 진지하고 진심으로 연기해야 했어요. 다행히 촬영 초반에 찍은 대사였고 그때까지 스태프, 배우들과 낯가리던 상황이어서 웃음기 거두고 진지하게 찍을 수 있었어요. 오히려 ‘내 여자 할래요’라는 장면을 찍을 때 모두가 친해진 상황이어서 힘들었어요. 그 신을 찍을 때 제가 먼저 웃어서 NG가 났어요. 저도 그렇고 (정)지훈 배우도 한 번 웃음이 터지면 잘 멈추지 못해요. 지훈 배우가 그 신 찍느라 고생을 많이 했죠.”

김하늘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김하늘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정지훈 배우가 완수와 도윤의 키스신을 두고 “벼랑 끝에 내몰린 남녀의 일탈”이라는 해석을 했어요. 본인은 두 인물의 감정선을 어떻게 바라봤나요?

“저는 의견이 약간 달라요. 일탈은 아닌 것 같아요. 받아들이는 감정이 다를 수 있어요. 완수는 아무도 편이 없는 상황에서 너무 위태롭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 목숨 바쳐 자신을 지켜준다는 게 정말 감동일 것 같았어요. 그 감정을 사랑이라는 단순한 형태로만 볼 순 없지만 더 복합적인 감정이 있을 것 같았어요. 키스신을 두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다 같이 논의를 했었는데 이 지점을 돌아보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더라고요. 자신을 지켜줘서 고맙지만 또 그도 살아 있어줘서 고마운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정지훈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다행히 매 작품마다 배우들이랑 호흡이 좋았어요. 항상 현장에서 즐겁게 촬영하는 편인데 특히 이번 작품에서 호흡이 좋았어요. (정)지훈 배우가 먼저 다가와 준 덕도 있었고요. (정)겨운 배우도 지훈 배우랑 동갑인데 그래서인지 분위기가 더 좋았어요. 모두가 서로서로 우애롭게 지냈어요. 대화도 많이 하고 연기 피드백도 많이 해주고요. 이렇게까지 대화를 많이 하면서 찍은 작품이 있었나 싶었을 정도였어요. 그렇게 화기애애했던 현장 덕분에 더 집중해서 찍을 수 있었어요.”

굉장히 즐거웠던 현장 같은데 다른 배우들과는 어땠나요?

“먼저 서이숙 선배를 정말 좋아했어요. 선배의 전작들도 재밌게 봤고요. ‘퀸메이커’에서도 재벌가 회장 역할을 하셨잖아요. 그때는 카리스마 있는 역할로 나오셨는데 ‘화인가 스캔들’에서 느낌이 달라서 그게 또 정말 재밌었어요. 서이숙 선배와 호흡 맞추는 현장이 무척 설렜고 기대됐어요. 티키타카가 잘 됐고 재밌게 찍었어요. 용민 역으로 나온 고윤 배우, 태라 역의 기은세 배우 등 다들 작품에 대한 애정이 컸어요. ‘화인가 스캔들’ 단톡방이 있는데 거기에서 서로 ‘연기 장난 아니야’라면서 칭찬하고 그랬어요.”



김하늘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김하늘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연차가 쌓이면서 맡는 배역도 달라지고 들어오는 작품의 색깔도 달라질 수밖에 없잖아요. 변수가 많은 직업인데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고민이라기보다 방향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결과를 되게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잘 되는 작품 위주로 선택했거든요. 요즘에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돼서 촬영 기간 동안 행복하게 보내는 게 중요해졌어요. 물론 지금도 결과 역시 중요하고 좋은 작품 보여드리는 게 바람이기도 하지만 살아가면서 행복을 느끼는 게 좀 더 중요해졌어요. 이번에 ‘화인가 스캔들’ 찍으면서 정말 행복했거든요. 이들이랑 같이 하는 시간이 정말 행복하고 소중해지니까 과정이 중요해지더라고요. 좋은 분들과 행복하게 작품 하고 싶어요.”



딸을 둔 ‘워킹맘’이기도 한데 배우와 엄마로서의 삶은 어떤가요?

“하루는 24시간 정해져 있는데 할 일이 두 가지로 늘어나니까 힘들긴 해요. 그걸 쪼개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되잖아요. 엄마이기 전에 배우였고, 그 일을 20년 넘게 했기 때문에 그게 오히려 저도 더 편하기 해요. 작품은 많이 해봐서 이제 베테랑이 됐지만 육아는 처음이잖아요. 그러니까 어려워요. 연기도 작품마다 쉬운 게 아니니까 조율하는 게 쉽지가 않아요. 그게 지금의 저에게 숙제인 것 같아요.”

웬만한 배역은 다 해보셨는데 그럼에도 욕심나는 역할이 있을까요?



“사실 저는 성격이 밝고 웃는 걸 좋아해서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어요. 망가지고 엉뚱한 캐릭터요. 옆집 언니 같은 느낌? 삼선 슬리퍼 신고 다니면서 장난치고 다니는 그런 캐릭터요. 그동안 했던 역할들과 완전히 다른 느낌의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또 감독님들이 저한테 없는 부분을 발견해서 새로운 면모를 끄집어 내주셨으면 좋겠어요.”

오래 사랑받고 있는 배우 중 한 명이에요.

“오랜 기간 운 좋게 주인공을 계속 맡았어요. 원래 연기자가 꿈이 아니었어요. 우연한 기회에 연기를 시작하고 어느덧 여기까지 왔어요. 연기를 한 지가 거의 30년 가까이 되더라고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저도 열심히 해왔나봐요. 물론 부족함도 느끼고 아쉽다는 생각도 하지만 나름대로 노력하고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비치는 부분이 있으니까 좋은 기회가 감사하게 계속 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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