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회복 안 보여"…한국 성장률 눈높이 낮아진다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24.08.1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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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계산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계산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내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내수 회복이 예상보다 더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에 연간 경제성장률 눈높이도 낮아진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이 여전히 부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오는 22일 발표하는 경제전망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KDI는 지난 8일 '경제전망 수정(8월)' 보고서를 발표하고 우리나라 연간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2.6%) 보다 0.1%포인트(p) 내린 수치다.



지난 5월엔 1분기 '깜짝 성장'을 근거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4%p 상향했는데 3개월 만에 다시 소폭 조정했다.

KDI는 연간 민간소비가 기존 전망(1.8%)보다 0.3%p 낮은 1.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수출 호조가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0.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전망(2.2%)보다 대폭 눈높이를 낮췄다.



증권가도 전망치를 내려잡는 곳이 많다. 삼성증권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5%로 하향했다.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KB증권은 2.5%에서 2.4%로 소폭 내렸다. 하나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각각 기존 전망치인 2.4%, 2.3%를 유지했다.

근거는 내수 회복 지연이다. 고금리 탓에 자동차·의류 등 재화를 중심으로 민간소비 둔화세가 지속된다는 이유에서다. 건설과 설비투자도 기존 전망에 못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소매판매액지수(불변)는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2.9% 감소했다. 2022년 2분기(-0.2%) 이후 9분기 연속 감소세다. 감소 폭은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1분기(-4.5%) 이후 가장 컸다.


전년 대비 0.8% 감소했다. 건설업체의 시공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불변)도 2.4% 감소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민간소비 하향 조정의 첫 번째 이유는 금리인하가 지연됐기 때문"이라며 "생각보다 고금리의 부정적 영향이 강했던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물가 상황에 맞춰 금리가 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금융안정이 강조되다 보니 늦어진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스1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은은 오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같은날 경제전망(8월) 수정치도 발표한다. 한은이 지난 5월 발표했던 성장률 전망치는 2.5%다. 반기별로 쪼개보면 상반기 2.9%, 하반기 2.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상반기 성장률은 2.8%를 기록했다.

경기 부진 우려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금리인하 목소리도 높아진다. 다만 선제적 금리인하 필요성과는 별개로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릴 확률이 높지 않아 보인다. 금리를 내렸을 때 우려 요인이 되는 아파트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문제가 개선되지 않아서다.

지난달 금통위 당시보다 집값은 올랐고 가계부채는 늘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7조5975억원 늘었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수도권 집값에 대한 경계심이 높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한 금통위원은 "과거 패턴을 고려할 때 이런 추세가 전반적인 주택시장 과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주택가격 상승은 가계부채 증가뿐 아니라 물가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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