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날 무조건 올라" 따따블은 옛말…급락하는 공모주, 왜

머니투데이 김진석 기자, 김창현 기자 2024.08.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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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공모주 불패 저무나(上)

편집자주 기회의 땅이었던 IPO 시장이 흔들린다. '따따상'은 커녕 상장 직후 주가가 하락하는 종목들이 부지기수다. 공모가 뻥튀기, 부실 상장 등 잡음도 이어진다. 가능성 있는 기업의 성장을 위한 자본 조달 통로가 되고 투자자들에게 투자 기회 역할을 해야 할 공모주 시장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지기 전에 개선방안이 시급하다.

'따따블' 기다렸는데 -20% 패닉…청약 흥행 공모주도 힘 못쓰는 이유
① 7월 상장 새내기주 전부 공모가 하회…이유는?

7월 새내기주 주가 현황/그래픽=이지혜 기자7월 새내기주 주가 현황/그래픽=이지혜 기자


공모주 불패 인식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심심찮게 보였던 '따따블'(공모가의 4배) 종목을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최근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주들이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 밑으로 추락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의 경쟁 심화에 따라 과하게 높아진 공모가, 증권사들의 우후죽순식 주관 업무가 시장에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상장한 새내기주의 주가(8일 종가)가 모두 공모가를 크게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월 새롭게 증시에 입성한 기업은 이노스페이스 (16,730원 0.00%), 하스 (9,970원 ▼320 -3.11%), 엑셀세라퓨틱스 (7,600원 ▲660 +9.51%), 피앤에스미캐닉스 총 4곳이다. 해당 종목들은 투자자들의 기대에도 불구 상장 첫날부터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이후에도 연일 낙폭을 키워가고 있다. 시장 약세로 인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도 물론 있지만 상장첫날 부터 약세를 보이며 '따따블' 신화가 사라진 것은 명백하다.

지난달 15일 상장한 엑셀세라퓨틱스는 상장 첫날 공모가(1만원) 대비 16.7% 급락했다. 둘째날에도 보합권에서 마무리하며 반등에 실패했다. 그 이후에도 뚜렷한 반등을 보이지 못하면서 6000원 선을 횡보하고 있다. 같은달 2일 상장한 이노스페이스 역시 첫날 공모가(4만3300원)보다 20.44% 낮은 주가에 마감했고, 현재는 공모가 대비 60% 넘게 낙폭을 키웠다.



앞서 진행된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만큼 투자자의 실망감도 크다. 엑셀세라퓨틱스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희망밴드 상단을 넘겨 공모가를 확정했다.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에서는 517.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1조원 넘는 증거금을 모았다. 이노스페이스도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범위 최상단으로 확정하는 등 청약이 흥행했다.

따따블은 아니어도 첫날 상승 마감했던 새내기주마저 공모가 밑으로 내려앉았다. 하스는 공모가 1만6000원으로 상장했지만, 8일 종가는 1만3900원이다.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13.4%다. 지난달 말 상장한 피앤에스미캐닉스도 공모가(2만2000원)보다 30.4% 하락한 1만5380원을 나타냈다. 지난달 상장한 네 종목의 공모가 대비 평균 손실률은 35.13%에 달한다.

기관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기업 내재가치에 비해 높은 공모가가 책정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실적도 빈약하다는 비판이 있다. 엑셀세라퓨틱스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연간 영업적자를 냈다. 올해 1분기에도 2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노스페이스는 지난해 연결 영업손실이 159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했다. 매출도 32% 감소했다.


적자 지속, 역성장 등 성장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업과 증권사들의 우후죽순식 상장 추진도 문제로 지적받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주관 계약한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상장해야 그에 따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설령 IPO 주관 계약 기업의 빈약한 부분을 발견하더라도 강점을 부각해 최대한 기업공개가 순항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증권사의 능력이자 역할"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최근 공모주들의 부진한 주가가 시장 정상화 과정의 근거라는 평가도 있다. 이에 따라 공모주에 대한 투자 매력도는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과열된 시장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았으나 아직까지 보수적으로 접근하기는 이르다고 보인다"며 "부진했던 상장일 수익률로 주춤했던 분위기는 조 단위 시가총액 기업의 흥행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뻥튀기 공모주' 막을 개선안 나온다
② 금융당국, 과열된 공모주 시장 개선…재간접 펀드·보호예수 등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뉴스1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뉴스1
금융당국이 하반기 '공모가 뻥튀기'를 막기 위한 제도개선에 나선다. 공모 시장 과열 문제의 주요인으로 꼽히는 재간접 펀드 활용 제재를 강화하고 시장 신뢰 회복에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 수요예측 시 기관 투자자의 락업(보호예수) 제도도 손본다. 다만 일각에서는 상장 기업 가치에 직결되는 가이드라인이라며 부작용을 완충할 만한 방안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에 공모주 시장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방침이다. 재간접 펀드는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펀드에 재투자하는 상품이다. 펀드를 연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 기관 투자자는 자신에게 할당된 물량보다 더 많은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다. 투자업계 내에서는 공공연히 알려진 가성비 투자법이다.



재간접 펀드는 공모주 시장의 과열을 초래한 주범으로 지목받는다. 펀드 아래 펀드를 계속해서 만들어낼 수 있다는 특성상 재간접 펀드를 이용하면 초창기 투자금보다 수배가 넘는 규모로 청약에 참여할 수 있다. 그간 기관 투자자는 최소 30~50% 이상의 추가 수익을 발생시켜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의 경우 공모펀드(1회)와 달리 재간접 펀드 조성 횟수 제한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재재간접 펀드, 재재재간접 펀드까지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첫 펀드 자산을 10억원으로 설정했다면 두 번째 펀드에는 9억원, 세 번째 펀드에는 8억원으로 설정한다. 10억원만 가지고도 3개의 펀드를 조성해 공모주 수요예측에 총 27억원을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횟수를 늘리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앞서 금융투자협회도 무제한적 재간접 펀드 설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기관 투자자들의 자정 노력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일임사 대표는 "재간접 펀드가 없으면 소형운용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익률이 좋은 방식"이라며 "하지만 공모주 시장에서 계속해서 문제가 제기돼 와 금감원에서 올해 초부터 재도 개선을 검토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재간접 펀드와 함께 공모 시장 과열의 원인으로 꼽힌 락업 관련 제도도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락업은 상장 후 일정 기간 동안 의무보유 확약을 거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공모주 주가가 상장 첫날이 가장 높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탓에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락업 기간을 3개월 정도로 짧게 걸어왔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제도 변화 시도에 비판적 목소리를 낸다. 수요예측에 참여할 만한 매력도가 떨어져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또 IPO 수요 예측 참여자 중 주식시장 내 기여도가 낮은 저축은행, 부동산신탁사, 신기술금융사가 조성한 펀드의 중복적 참여를 우선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외에도 외국계 기관 투자자에 대한 락업이 강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은 외국계 기관 투자자에게는 락업 없이도 공모주를 대거 배정해주는 경향이 있다"며 "외국계 기관 투자자는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국내 기관과 외국계 기관에 평등하게 락업 제도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국내 기관들의 수요예측에 대한 참여율이 저조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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