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쪽은 이상해"가 미국에 던지는 질문 [기자수첩]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4.08.12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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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AFPBBNews=뉴스1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AFPBBNews=뉴스1


"이상한(weird) 사람들"이라는 한 마디가 미국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지난달 한 아침 뉴스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러닝메이트 J D 밴스에 대해 "그쪽은 이상한 사람들이에요"라고 언급한 게 시작이었다. 그는 몇 달 전부터 이 표현을 써왔는데 TV에서 공개적으로 말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쓰는 이 '이상한'이란 단어가 가진 힘은 막강했다. 솔직하고 직관적인 표현에 앵커 역시 피식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영상은 SNS를 타고 퍼졌고 열광적인 반응이 쏟아지며 트럼프를 공격하는 민주당의 비장의 무기로 떠올랐다. 월즈 역시 그 덕에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와 함께 뛸 러닝메이트 자리를 꿰찼다.



사실 이상하단 표현에 담긴 '비정상성'은 정치인 트럼프의 자산이었다. 그의 '이상함'은 미국인이 질색하던 엘리트 정치인과 결이 다르단 명예의 상징이었다. 교양 있고 고상하며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단 태도로 올바른 길을 가르치려 드는 워싱턴의 엘리트 무리를 따르지 않는 그의 이상함은 수많은 지지자를 끌어들이는 유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엔 '이상하다'는 공격 앞에 트럼프도 속수무책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같은 거대 담론을 담지도 않았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도 없어서다. 무엇보다 흙수저 출신으로 수십년 동안 교사와 공직에서 묵묵히 일하면서도 주식이나 부동산 하나 없는 '미국 서민의 상징' 월즈의 입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학창시절 놀림이나 '찐따'로의 강등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 표현에 '나 안 이상한데?'라고 반박했다간 더 쭈글해지기 십상이다.



대선 후보를 둘러싼 '이상하다'는 논쟁은 미국 정치 전면에 '그렇다면 무엇이 정상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준다. 비단 공화당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TV토론 참사 후 재선 도전을 고집했을 때 많은 유권자들은 정상이 아니라고 느꼈다. 바이든 사퇴 후 비정상을 비추는 조명이 트럼프로 옮겨간 것뿐이다.

올해 미국 대선은 어느 쪽이 더 이상한가를 가늠하는 대결이 될지도 모르겠다. 미국이 점점 극단을 향하며 분열과 혼란이 커지는 가운데 유권자와 정치인들은 정상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 질문하고 답을 고민하는 계기를 갖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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