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사 vs 여행사' 위메프 손실 공방에 속터지는 환불 고객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황예림 기자, 김민우 기자 2024.08.09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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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 피해를 입은 판매자들이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티메프 피해 판매자 비대위 발족식'에서 피켓을 들어 구제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4.8.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 피해를 입은 판매자들이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티메프 피해 판매자 비대위 발족식'에서 피켓을 들어 구제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4.8.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티몬과 위메프(이하 티메프)의 정산금 미지급 사태가 전자지급결제대행(PG·Payment Gateway) 업계와 여행업체간 손실 떠넘기기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나이스페이먼츠·다날 (3,285원 ▲75 +2.34%)·스마트로·NHN KCP (7,380원 ▼120 -1.60%)·KG모빌리언스 (4,445원 ▼5 -0.11%)·KG이니시스 (9,420원 ▲60 +0.64%)·한국정보통신 (8,270원 ▲50 +0.61%) 7개 PG사는 최근 미지급 사태로 인한 고객들의 환불요청과 관련 여행업계가 고통 분담에 나서달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여행상품은 결제와 동시에 여행이 확정되면서 여행사와 소비자간 계약이 성립됐기 때문에 환불의무가 여행사에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여행사들은 이미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환불까진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어 업계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그만큼 환불받지 못하고 있는 고객들의 분노만 커지는 상황이다.



PG사는 온라인 결제대행 업무를 맡는 업체들을 말한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고객과 판매자 간에 이뤄지는 결제 등을 대행해주고 거래액의 0.1~0.2% 내외의 수수료를 챙긴다. 온라인에서 영업을 하는 소상공인 입장에선 PG사를 통해 직접 모든 카드사와 계약을 맺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고, 카드사마다 다른 정산날짜 등이 달라지는 불편함도 해소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고객과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그간 PG사를 통한 거래가 안전하다는 믿음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이같은 신뢰가 무너지는 분위기다. PG사들은 티메프에서 결제한 뒤 물품·서비스를 받지 못한 피해자에게 선환불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여행상품과 상품권의 선환불은 보류한 상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PG사는 소비자가 카드거래를 취소해달라고 요구하면 받아들여야 하지만 상품·서비스를 구매한 뒤 받지 않은 것이 확인된 소비자에게만 환불의무가 있다.



통상 오픈마켓이나 플랫폼에서 신용카드 등으로 결제한 고객이 취소나 환불을 요청할 경우 PG사가 우선 취소나 환불을 해준 다음 플랫폼으로부터 보전받는 식의 절차가 이뤄진다. 하지만 현재 티메프가 자본잠식에 빠진 만큼 보전 자체가 어려웠다. 여행사들의 미정산금은 최대 1000억원 정도로 파악된다. PG사들도 티메프 사태와 같은 대형 채무불이행을 처음 겪었기 때문에 고통분담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PG사들은 직접 상품을 판매한 여행사들이 일방적으로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자고 유도하는 행위는 서비스 이행의무를 다하지 않은 전자상거래법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여행사들은 더 이상의 고통 분담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PG사와 카드사가 해결할 문제이고, 이미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거래를 취소하고 다시 여행사를 통해 재결제한 비율이 60~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재결제를 하지 않은 고객들은 결국 환불을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재결제 비율이 50%를 간신히 넘기는 상황인 만큼 여행사들은 이미 손실을 떠안은 상황이나 마찬가지"라며 "여기서 더 고통분담을 하자는 주장은 너무 가혹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티메프 자금 400억원이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 인수대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해당 인수 작업을 마크 리 현 큐익스프레스 대표가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큐익스프레스 전 최고재무관리자(CFO)였던 리 대표는 큐익스프레스 상장(IPO) 작업과 함께 큐텐그룹의 M&A(인수합병), 해외자금 조달 등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특히 가장 최근에 이뤄진 위시 인수작업을 리 대표가 맡았다는게 복수의 큐텐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서울중앙지검은 티메프 판매대금 400억원이 위시 인수자금으로 사용된 것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수사 중이다. 티메프의 판매대금의 용처와 의사결정 라인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리 대표가 위시 인수 당시 티메프 판매대금 400억원을 사용하는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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