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승인 받았지만…한국타이어, 한온시스템 인수 작업 '안갯속'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2024.08.0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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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본사 테크노플렉스.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본사 테크노플렉스.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을 단독으로 인수하는 행위를 승인한다"고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다만 한온시스템 인수를 두고 한국타이어 내부에서 강한 반대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인수의 향배가 안갯속에 빠져든 상황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12일 접수된 한국타이어와 한온시스템의 인수·합병 신고서를 심의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전날 내렸다. 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 합병이 유럽 내부 시장·유럽경제지역(EEA) 협정과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이 거래는 주로 난방, 환기, 공조 모듈과 같은 자동차 열 관리 체계 구성 요소 제조와 관련이 있다"며 "해당 기업이 동일하거나 수직적으로 관련된 시장에서 활동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고시된 신고된 거래가 경쟁 부문에서 우려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신고된 거래는 기업 합병심사 간소화 절차에 따라 심사됐다"고 공지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5월 이사회를 열고 사모펀드(PE) 운용사 한앤컴퍼니의 한온시스템 보유 지분 25%와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 12.2%를 모두 1조733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이를 위해 한온시스템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분 인수 절차 완료 시 한국타이어가 속한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한온시스템 지분 50.53%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된다. 한온시스템은 세계 2위 차량 열 관리(공조)업체로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자산총액은 약 26조 원 규모로 커져 국내 30대 그룹(현재 47위)에 진입하게 된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2014년 한온시스템 지분 19.49%를 1조800억원에 인수했다. 이번 추가 지분 인수를 포함하면 한온시스템 인수에 약 2조8000억원을 투입하게 된다.

다만 한국타이어 이사회 내부에서 인수 반대 기류가 생기면서 인수 작업 과정은 난항을 겪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주가 급락으로 적정가격에 인수하는게 맞느냐는 비판 여론이 한국타이어 이사회 내에서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온시스템 주가는 전날 주당 4005원으로 마쳤다. 한국타이어의 인수 발표 직전 장중 6800원까지 급등했으나 이후 줄곧 미끄러져 현재 5월 고점 대비 30% 이상 빠졌다. 이로 인해 한온시스템 지분 25%를 주당 1만250원에 사기로 한 한국타이어는 한앤컴퍼니에 130% 이상의 프리미엄을 얹어주게 됐다.

MOU 체결 후 한국타이어는 최대 10주간의 실사를 거쳐 본계약을 체결하고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설 계획이었는데 가장 낙관적인 유상증자 납입일이었던 전날(8월 3일)까지 유상증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MOU 체결 당시 최종 인수를 염두에 두고 기업결합 신고를 했으나 인수 본계약과는 다른 얘기"라며 "아직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사회에서 인수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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