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껴서 좋아하는 거 한다...2030 핫플레이스된 플리마켓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2024.08.0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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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진행된 번개장터 플리마켓의 현장 모습/사진=조한송 기자3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진행된 번개장터 플리마켓의 현장 모습/사진=조한송 기자


지난 3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소재 복합문화공간인 Y173.

뙤약볕이 쏟아지는 정오에도 중고 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에서 운영하는 플리마켓 행사장을 방문하기 위한 대기 인원들이 줄이어 섰다. 오픈 시간은 12시였지만 오전 9시부터 플리마켓을 구경하고자 참여자들이 모였다. 12시가 되고 일반 고객 입장이 시작하자마자 현장에는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찼다. 이들은 사전에 SNS를 통해 눈여겨 봐뒀던 판매자(셀러)의 공간을 찾아 빠르게 물건 구매에 나섰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이날 12시부터 6시간 운영한 현장을 방문한 참여자들은 약 1000명에 달했다.

번개장터 플리마켓에 두번째 참여한다는 한 20대 여성 고객은 "의류를 포함해 오늘 6개 정도의 상품을 구매했다"며 "다양한 상품들을 볼 수 있고 생각지 못했던 물건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도봉구에서 왔다는 또 다른 30대 남성 고객은 "사전 SNS 공지를 통해 필요한 물품이 있는지 확인한 뒤 찾아왔다"며 "다양한 물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고 만나보고 싶은 크리에이터들과도 소통할 수 있어서 좋다"고 언급했다.



이날 진행된 플리마켓의 주제는 '좋아했던 걸 팔아서 좋아하는 걸 합니다'였다. 사전에 번개장터를 통해 선정된 판매자들이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걸 사거나, 이루기 위해 물건을 내놨다. 판매자로 참여한 직장인 김민구(34세) 씨는 공간을 비우기 위해 LP 컬렉션을 들고 이번 플리마켓에 참여했다. 그는 "9년 전부터 LP를 모아왔고 대략 200~300개 정도 된다"며 "집을 비우겠다는 목적이 가장 크다. 번 돈으로 차를 사거나 여행을 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군대에 가기 전에 국토대장정을 떠나고 싶어 수집해온 아디다스 유니폼과 저지를 가져온 대학생과 도서전에 참여하고 싶어 빈티지 의자와 액세서리 등을 가져온 출판사 대표도 있었다.



미디어 아티스트인 송호준 씨는 현재 갖고 있는 요트보다 더 빠른 요트를 사기 위해 플리마켓에 참여했다. 그는 앞서 세계 일주에 쓸 요트를 사기 위해 번개장터에서 플리마켓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밖에 새 앨범을 준비 중인 가수와 뷰티 전문 MCN 아이스크리에이티브 김은하 대표 등이 판매자로 참여했다.

이날 플리마켓은 물품 거래의 장이자 소통의 장이 됐다. 판매자들은 각자가 내놓은 상품에 얽힌 사연들을 참여자들에게 소개했다. 참여자들은 각각의 사연이 있는 상품들을 유심히 살펴본 뒤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골라 사 갔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주로 20~30대 참여자들이 많다"며 "중고 제품이라는 인식을 갖기보다는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발굴한다는 의미로 참여하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최근 2030세대에서 구제 빈티지숍들이 보물찾기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압구정에 있는 빈티지샵에는 중고 명품을 발굴하기 위한 2030들이 줄을 잇는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자신의 경제적 상황에 맞는 실용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2030세대가 늘어난 영향이다. 꼭 필요한 것만 사고 불필요한 물건 구입은 최대한 자제하는 소비 형태를 말하는 신조어로 '요노(YONO)'라는 용어도 탄생했다. 필요한 것은 하나뿐(You Only Need One)'이라는 영어 문장의 약자다.

3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진행된 번개장터 플리마켓의 현장 모습/사진=조한송 기자3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진행된 번개장터 플리마켓의 현장 모습/사진=조한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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