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엔 '폭염' 북부는 '폭우'…기상이변에 역사 바뀐 중국, 또?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08.0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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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평균기온 1도 오르며 또 '사상 가장 더운 달' 기록 경신…
이상기온이 식량생산·수입 등 정치경제적 변수 될지에 촉각

[베이징=AP/뉴시스]지난달 19일 베이징 자금성을 찾은 관광객들이 뜨거운 햇볕을 막기 위해 우산을 들고 있다. 중국 기상 당국은 1일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기온이 지속되면서, 63년 전 중국에서 기온 기록 작성이 시작된 이래 지난 7월이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2024.08.01 [베이징=AP/뉴시스]지난달 19일 베이징 자금성을 찾은 관광객들이 뜨거운 햇볕을 막기 위해 우산을 들고 있다. 중국 기상 당국은 1일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기온이 지속되면서, 63년 전 중국에서 기온 기록 작성이 시작된 이래 지난 7월이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2024.08.01


세계사를 바꿔온 중국의 기상이변이 올해까지 벌써 수년간 계속되는 분위기다. 통 비가 오지 않던 중국 북부에 물폭탄이 터지면서 중국의 역대 최다 홍수 기록이 경신된 가운데 농업생산 기지인 남부에선 이상고온이 계속된다. 중국의 농업생산량이 비단 중국 내 경제뿐 아니라 국제정세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국 국내외 관심이 비상하다.

수시로 물폭탄, 7월 기온은 1도 상승해
중국수자원부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올해 기후 규범 요약에서 "강과 수로의 홍수가 빈번하고 가속화하고 있으며, 예방상황은 심각하고 복잡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중국 전역 주요 강에서는 올들어 25건 홍수가 집계됐는데, 이는 1998년 해당 사안에 대해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건수다.



이튿날인 1일 중국기상청은 "중국 정부는 이제 폭우와 태풍, 고온, 가뭄의 네 가지 극심한 기상현상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든 해당 기상이변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미리 대책을 세워놓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거다.

기온이 평년보다 높은 엘니뇨와 평년보다 낮은 라니냐가 반복되는 가운데 발생하고 있는 중국 기상이변의 핵심은 북부의 폭탄 강수와 남부의 지속적인 고온으로 요약된다.



베이징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 북중부 지역은 비가 내리지 않는 곳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수시로 물폭탄이 터지면서 도심기능이 마비되고 있다. 올해도 황하를 비롯한 북중부 하천의 유량은 모두 평균 이상이다. 북부 집중 강우로 인해 7월 중국의 전국 평균 강수량은 129.3mm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3.3%나 많다. 전국 30개 기상관측소에서 역대 최고 강수량 기록이 경신됐다.

(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31일 (현지시간) 폭우가 쏟아진 중국 베이징 쇼핑 몰 밖에서 주민이 부서진 우산을들고 비를 맞으며 걸어 가고 있다. 2024.08.01  /AFPBBNews=뉴스1(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31일 (현지시간) 폭우가 쏟아진 중국 베이징 쇼핑 몰 밖에서 주민이 부서진 우산을들고 비를 맞으며 걸어 가고 있다. 2024.08.01 /AFPBBNews=뉴스1
남부의 기온도 기록적이다. 연일 고온이 계속되면서 같은 달 중국의 전국 평균 기온은 23.2도(℃)로 전년 동기 대비 1도 상승, 1961년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중국기상청은 전국 총 59개 기상관측소에서 일일 최고 기온이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거나 역대 최고 기록과 맞먹는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8월도 문제다. 2~3개의 태풍이 중국 대륙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남중국과 동중국 해안지역에 영향을 미치며 북상할 전망이다. 중국기상청은 사실상 서부를 제외한 전 지역을 폭우와 홍수 재해 위험지역으로 꼽았다.


전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기상이변은 남북으로 국토가 넓은 중국에 특히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국토 거의 전지역이 대상지역이 된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수년째 이례적인 재해 소식이 들려온다.

베이징 공공환경연구소 마준 소장은 최근 환구시보와 인터뷰에서 "이제 중국은 기존 규칙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됐으며 더 극단적인 기상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며 "재해에 대한 기준을 조정하고 홍수 방지 설계 기준을 높이는 방안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역사 바꿔놨던 중국의 1도...기후변화가 정치변화 불러온다

[라이빈=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각) 광시좡족자치구 라이빈의 사탕수수 기지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함께 사탕수수를 살펴보고 있다. 시 주석은 국가 현대농업 산업단지 '쌍고' 사탕수수 기지와 둥탕펑황 유한회사를 방문해 사탕수수의 우량 품종 번식, 재배 및 작황, 사탕 산업 발전 현황 등을 둘러봤다. 2023.12.14. [라이빈=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각) 광시좡족자치구 라이빈의 사탕수수 기지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함께 사탕수수를 살펴보고 있다. 시 주석은 국가 현대농업 산업단지 '쌍고' 사탕수수 기지와 둥탕펑황 유한회사를 방문해 사탕수수의 우량 품종 번식, 재배 및 작황, 사탕 산업 발전 현황 등을 둘러봤다. 2023.12.14.
세계의 공장이며 동시에 세계 최대 식량생산국 중 하나인 중국의 기후변화는 다양한 정치경제적 변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국 공산당이 최우선으로 챙기는게 식량생산량이다. 매년 집계되는 곡물생산량은 국가 안보에서 가장 우선하는 지표다. 중국 공산당의 연중 첫 업무지시인 1호 문건의 주제는 올해까지 20년 연속 '3농문제(농업 농민 농촌) 해결'이었다.

중국의 최근 3년(2021~2023년) 식량자급률은 무려 92.2%(한국은 19.5%)에 달하지만 중국 정부는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식량자급률 95%, 곡류 자급률은 100%가 목표다. 100%를 생산해도 얼마든지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중국 식량문제를 논할 때 꼭 언급되는 품목이 축산 핵심사료 대두(콩)다. 중국은 사육하는 돼지 두수만 4억마리로 추정될 정도로 엄청난 축산국가다. 사료인 대두 수요도 연간 1억2500만톤에 달한다. 그런데 이 중 8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이제는 사실상 적국이 된 미국에서 사온다.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자체생산으로 조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중국의 기후변화가 농산품 등 식량 생산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과거엔 기온이 오르면 거의 대부분 농업생산에 긍정적 영향을 줬지만 현대의 농업구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생육에 도움을 받는 작물이 있다면 당연히 피해를 받는 작물이 있다. 변화하는 기온과 물폭탄은 식용작물 생산에 매우 복잡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지스산=AP/뉴시스] 2023년 간쑤성 지진 당시 피해지역 주민들이 식량으로 감자를 배급받고 있다.[지스산=AP/뉴시스] 2023년 간쑤성 지진 당시 피해지역 주민들이 식량으로 감자를 배급받고 있다.
특히 중국의 우방국가들은 식량이 부족한 인구대국이 대부분이다. 중국과 만족스럽게 부족한 농산품을 서로 공급해 상호보완해줄 만한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대로 중국의 자급률이 더 떨어지면 식량자급률이 122.4%에 달하는 미국이나 호주(338.8%), 캐나다(166.9%) 등 서구 농업선진국들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역사적으로도 중국의 기후변화는 큰 이변을 불러왔다. 역사와 기후 연구자들은 서로마 멸망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게르만족 대이동을 불러온게 중국에서 밀려난 중앙아시아 유목민족들의 압박 때문이라고 본다. 당시(4세기) 중국의 평균기온은 평년 대비 1도가량 내려갔던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에 따른 말먹이풀 등 생육의 변화가 유목민족의 거주 이전으로 이어졌다.



이는 우리 한반도 역사에도 적잖은 영향을 줬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저서 '새로 쓰는 광개토왕과 장수왕'에서 "4~5세기 소빙하기에 따른 급격한 기후변화로 장수왕이 이끄는 고구려 세력이 한반도로 남하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후변화로 만주땅의 생산능력이 낮아지며 고구려가 남하해 백제의 주 활동무대는 충청·호남이 됐고, 한강유역이 우리 민족의 최고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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