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고민인 SKC, 유리기판으로 'AI 특수' 정조준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4.08.0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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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가운데)이 지난달 3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커빙턴시에 위치한 앱솔릭스를 찾아 세계 최초 글라스 기판 양산 공장을 둘러보며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SK최태원 회장(가운데)이 지난달 3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커빙턴시에 위치한 앱솔릭스를 찾아 세계 최초 글라스 기판 양산 공장을 둘러보며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SK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둔화) 충격을 받는 SKC가 AI(인공지능) 특수에서 활로를 찾는다.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반도체 글라스기판(유리기판)의 AI발 수요가 빠르게 늘 것으로 예견돼서다. 미국에 공장을 준공한 SKC는 추가 공장 건설에도 나설 태세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C는 내년부터 글라스기판 제 2공장 확보에 대한 검토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관련, 유지한 SK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추가 건설에 대해 회사 내부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며 "가격, 수율 등 추가 투자결정 필요한 데이터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부턴 2공장 규모와 부지, 투자금 등에 대한 검토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설명이다.



SKC는 70% 지분을 보유한 미국 법인 앱솔릭스를 통해 글라스기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내년 상업화가 목표로 앱솔릭스는 올해 미국 조지아주 커빙턴시에 세계 최초 글라스기판 양산 공장을 완공했다. 아직 전 세계에서 조지아 공장 외에 양산공장을 구축한 곳은 없다. 곧 고객 테스트가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앱솔릭스는 지난 5월 한국 반도체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상무부로부터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7500만달러 지원을 확정받기도 했다.

글라스판은 AI 반도체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가운데 반도체 패키지의 데이터 속도와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는 제품이다. 반도체 기판에 플라스틱 대신 유리를 사용한 제품으로 더 많은 회로를 넣을 수 있고 경량화도 가능하다. 대규모 데이터 처리가 필수인 AI 시대에 HBM 등 AI 반도체의 급격한 성장에 힘입어 고순도 글라스기판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SKC가 글라스기판 2공장 건설을 고려하는 배경이다.



글라스기판 사업은 SKC가 전기차 캐즘 충격을 극복할 새 성장동력이기도 하다. SKC는 올해 2분기까지 7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기차 캐즘 탓에 동박 사업이 고전을 면치 못한 영향이다. 재고 감소 등 비용구조 개선으로 적자폭을 줄여가고는 있지만 전기차 캐즘이 어느 시점에 걷힐지 장담할 수 없다. 내년 글라스기판 양산이 시작되면 SKC로선 최소한의 실적 안전판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다만, 2공장을 추진하기 위해선 투자금 확보가 관건이다. SKC는 기본적으로 증자를 검토중이다. 고객사를 통한 자금 유치와 정부 보조금 확보도 고려 사항이다. SKC 관계자는 "글라스기판 사업에 대한 SK그룹 내 관심도 높아 그룹 차원의 지원도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달 앱솔릭스 조지아 공장을 방문해 사협 현황을 보고받았다. 최 회장은 미국 출장 기간 만난 빅테크 최고경영자(CEO) 들에게 글라스기판의 기술 경쟁력을 소개하며 세일즈를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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